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절제와 희생 (사순 2주일, 2월 25일)

이종훈

절제와 희생 (사순 2주일, 2월 25)

 

우리는 하느님을 믿습니다믿음은 식물처럼 잘 돌보면 조금씩 자라서 더 깊어지고 더 굳건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있거나 때로는 사라지기도 합니다믿음은 많은 도전유혹시련을 겪으면서 자랍니다믿음의 조상이라고 불리는 아브라함은 늙은 나이에 고향 땅을 떠나 거기가 어디인줄도 모르고 하느님의 약속만 믿고 길을 떠났고그 과정에서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그의 믿음은 커져갔습니다특히 늙은 나이에도 아들 이사악을 얻어 한없이 기뻐했지만 하느님은 그 아들자신의 생명보다 더 귀한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고 하셨습니다그는 그 말씀을 실천에 옮겼습니다성경에는 그 과정이 아주 짧게 서술되어 있지만(창세 22,1-19) 그 내용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고통고뇌갈등이었음이 분명합니다.

 

하느님은 왜 그러셨을까요성경은 하느님이 아브라함을 시험해보시려고 그러셨다고 전합니다이것 이외에도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시험하기도 하셨습니다전지전능하신 하느님도 사람의 믿음이 어떤지 알지 못하셨나봅니다물론 본인도 몰랐을 겁니다시험을 치르거나 운동시합을 해보기 전까지는 자신의 능력을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시험시련고통은 반갑지 않지만그런 것들이 없이 사람은 성장하고 성숙해지기는 어렵습니다성경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아브라함은 그 날벼락 같고 하느님의 말씀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그 지시에 따라 실천하면서 엄청난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어쩌면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서 기록하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아브라함에게 이사악은 자신의 생명보다 더 귀중한 존재였지만 그것보다도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함이 더 귀중했습니다그렇다고 그가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실천에 옮겼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하느님의 아들이셨던 예수님도 죽음 앞에서 망설이고 주저하셨는데자신의 생명보다 귀한 아들을 제물로 바치는데 아무런 갈등이 없었을 수 없습니다그렇게 해서 하느님도아브라함도 그의 믿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확인하게 되었습니다(창세 22,12). 믿음이 그토록 굳건해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그보다는 그런 갈등고뇌고통 속에서 그의 믿음이 굳건해졌을 것 같습니다우리는 사순시기에 작은 희생절제의 생활을 결심하고 실천합니다아브라함에게 이사악과 같은 정도는 아니어도 우리의 절제와 희생의 대상은 대부분 우리가 좋아하는 것입니다그 절제와 희생을 통해서 자신의 의지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훈련을 합니다그것은 작은 죽음이지만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이는 영원히 삽니다.

 

이사악이 불과 장작은 여기 있는데번제물로 바칠 양은 어디 있습니까?” 하고 묻자아브라함은 얘야번제물로 바칠 양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실 거란다.”하고 거짓 대답을 했습니다그런데 그 거짓말이 예언이 되었습니다정말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손수 제물을 마련하셨습니다당신의 외아드님을 제물로 내어 놓으셨습니다예수님도 가장 큰 희생은 친구를 위해서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그러니 아들을 희생시킬 만큼 큰 사랑은 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그런 사랑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그것이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당신의 친아드님마저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내어 주신 분께서 어찌 그 아드님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지 않으시겠습니까?(로마 8,31-32)” 지키지도 못할 우리의 약속을 어리숙하게도 언제나 믿으시고우리를 위해서 당신의 아드님마저도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분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절제희생시련은 우리를 힘겹게 하지만 그사이 자라는 믿음은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지게 해서 그분의 말씀을 따라 살게 해줍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르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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