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20일 속죄제물

이종훈

3월 20일 속죄제물

 

이스라엘은 하느님께 지은 죄를 씻기 위해 속죄의 제물을 바쳤다염소나 양 등 애꿎은 동물에 자신의 죄를 덮어씌워 그것을 죽였다그 동물이 자신을 대신해서 죽은 것이었다이는 그들의 조상들이 오래 전 이집트를 탈출할 때 맏배가 죽는 재앙을 피하기 위해 흠 없는 1년 생 어린양이나 염소를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발랐던 사건을 기억나게 해주었을 것이다살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죗값을 치르기 위해 애꿎은 아무 것도 모르는 순한 동물들을 잡았다예수님은 그 예식들을 바라보며 당신의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셨을 것이고그 희생제물 속죄의 제물이 바로 당신이라고 여기셨을 것이다세례자 요한도 그분을 그렇게 소개시켰다(요한 1,29.36).

 

속죄의 제물로 양이나 염소를 잡았지만(레위 4,27-35) 가난한 이들은 비둘기 같이 작은 동물을 제물로 바쳤다(레위 12,8). 예수님도 어머니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루카 2,22-24). 그런데 그나마도 바칠 수 없는 가난한 이들은 자신의 죄를 씻을 길이 없었고 게다가 수많은 율법을 제대로 지킬 수도 없으니 그들에게는 구원의 희망이 없었다제단에 흘러내리는 제물들의 피를 보며 제물을 바친 이들은 자신의 죄가 사라졌다고 기뻐했겠지만 그것을 바치지도 못하고 그곳에도 올 수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는 희망이 없었다. ‘속죄제물의 피가 온 세상을 뒤덮으면 모든 이들이 죄를 용서받아 기뻐할 수 있을 텐데(에제 47,1-12).’ 예수님은 이런 생각을 하셨을 것 같다.

 

우리는 우리 죄를 없앨 수 없다그런데 바리사이들은 그럴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그들에게 단식과 기도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임을 예수님은 아셨다(마태 23,5). 그들은 남들에게 보이는 겉모양만 생각하느라 자신의 내면은 보지 못했다그래서 결국 그들은 자기 죄 속에서 죽을 수밖에 없었고하느님을 따른다고 그렇게 살았지만 정작 참 하느님 계신 곳에는 갈 수 없었다(요한 8,21). 죄와 하느님은 함께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예수님 말씀처럼 바리사이와 세리가 성전에 갔지만 참 하느님 계신 곳에 들어갈 자격을 얻은 이는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잘 알고 있던 세리였다(루카 18,14).

 

광야에서 하느님께 대들다가 불 뱀에 물린 이들은 나무에 매달은 구리뱀을 보기만 하면 살았다(민수 21,9). 이제 우리는 십자가 위에 달린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고 믿기만 하면 죄를 씻는다백인대장은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신 뒤에야 비로소 그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고 알게 됐다(마태 27,54; 마르 15;39; 루카 23,47). 하느님을 살해했다는 엄청난 두려움되돌릴 수 없는 후회 속에 절망했을 것이다바리사이는 그것을 몰랐고 세리는 그 마음을 알았다백인대장의 마음성전에 간 세리의 마음 그것이 우리의 마음이어야 한다.

 

악은 죄를 완결하고야 만다인간은 죄가 완결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죄를 알아차린다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없으니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없다예수님은 인간의 죄가 완결되게 하셨고 그것을 땅 속에 묻어버리셨다그리고 우리는 살았다목숨을 바치지도 않았고 제물을 바친 적도 없지만 우리는 용서받고 살았다우리가 한 일이라고는 죄를 고백하고 아파한 것밖에 없다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이라곤 이 모든 것을 믿고 잊지 않는 것뿐이다하느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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