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25일(주님수난성지주일) 헛된 기대

이종훈

325(주님수난성지주일) 헛된 기대

 

하느님은 당신의 생명, 당신의 나라를 주시려고 사람이 되어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그것들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것들을 모두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리 인간의 언어와 몸짓으로 설명해주셨어도 본질적으로 그것들은 초자연적이고 초월적인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의 사명에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은 당신 사명의 마지막 일이었고 또 마리아님의 몸에 잉태되고 일하셨던 모든 것들의 종합이고 절정이었습니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이미 그분을 만났거나 그분의 소문을 듣고 알던 이들은 온 정성을 다해 그분을 환영해 맞아들였습니다. 이제 메시아, 임금, 영웅이 오셨으니 모든 부정, 압제, 고통은 다 없어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그분은 기대와는 너무나 다르게 무기력하게 권력자들에게 희생당하셨습니다.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마치 그렇게 당하기로 다 짜놓은 것 같았을 겁니다. 그러니 그분에게 등을 돌린 그들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이 예수님을 배반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그들을 배신한 것 같았을 겁니다.

 

배신은 정말 큰 고통입니다. 일반적으로 배신은 친구,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그렇게 사랑했던 이들도 당신을 배반했는데, 당신께 낙원을 기대하며 환영했던 이들이 배반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이 배신감의 고통을 받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예수님은 그들의 그런 행동을 그전부터 알고 계셨습니다. 충실한 제자 베드로와 똑똑한 유다 이스카리옷도 모두 그럴 것이라고 다 알고 계셨습니다(마르 14,30; 요한 13,21). 그런데 그들의 배신은 배신이 아니라 무지라고 여기셨습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그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요한 18,36) 세상에 속한 그들이 그것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도 그것을 아셨고, 당신이 십자가에 달리면 그들이 두려움과 공황상태에 빠지게 될 것도 내다보셨습니다. 그래서 그 때에 그들이 흔들리지 않게 여러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예수님은 예상하고 준비하고 계셨지만 제자들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엄청난 일들을 겪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종의 모습으로 십자가 위에서 죄인으로 돌아가셨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죄인으로 달려있는 비참하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그분 안에서 어떻게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은 당신께 기대를 걸었던 이들을 배신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처음부터 그들에게 그런 기대를 심어주신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기대를 걸고 따라오는 이들을 피하셨고, 이 날이 올 때까지 당신이 구세주 그리스도이심을 애써 숨기셨습니다. 그들이 제멋대로 그런 기대를 가졌고, 또 제멋대로 그분께 등을 돌렸습니다. 그분은 군대를 거느리고 말을 탄 힘센 장수가 아니라 나귀를 타고 느릿느릿 예루살렘에 들어오셨습니다. 오랜 여행을 마치고 당신 집으로 오시는 것처럼 평화로우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수난하시고 돌아가셨지만 부활하셨습니다. 그분은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헛된 기대를 버려야합니다. 한 번도 약속하신 적이 없는 부귀영화와 힘을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대신 그분이 평생 가르치신 온유와 겸손한 마음으로 평화를 위해 일하며 세상이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라고 부르게 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십자가 위에 돌아가신 죄인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의 모습이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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