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29일 어린양의 살과 피

이종훈

329일 어린양의 살과 피

 

한 때 멧돼지를 쫓기 위해 호랑이똥을 얻으려고 동물원에 문의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멧돼지보다 상위 포식자인 호랑이의 흔적을 남겨 놓으면 그들이 집 근처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맏이와 맏배를 치는 죽음의 신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데 사용된 것은 호랑이의 피가 아니라 어린 가축, 양이나 염소의 피였다(탈출 12,5-7). 어린 양이 무슨 힘이 있어서 그 두려운 죽음의 신이 그의 흔적을 보고 달아났을까?

 

죽음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마음 안에 산다. 그것은 이타적인 마음 안에서 살 수 없다. 예수님은 봉사하셨고 섬기며 사셨다. 그분은 자기는 없고 언제나 아버지의 마음만 생각하셨다. 남기신 것이라고 해봐야 아마포 1장 그리고 병사들이 나눠가진 땀내 나는 겉옷과 속옷이 전부였다. 아무 것도 안 가지신 것이 아니라 모두 다 주셨다.

 

그분은 마지막 만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며 거기에 봉사, 섬김, 희생인 당신의 전 생애를 담아 제자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 넣어주셨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당신을 배반한 유다는 그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마태 27,5). 그 유산은 그 때부터 지금까지 힘을 발휘하면서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 누구도 그 어떤 것도 그 힘을 당해낼 수 없다.

 

예수님이 만드신 성체성사 안에서 우리는 그 힘을 받는다. 그것은 하느님의 힘, 전능이다. 사람의 마음을 소유하고 죽음을 물리치는 가장 강한 힘이다. 인생의 마지막 시간에 멋진 도둑질을 한 예수님의 오른 쪽에 있었던 그 도둑이 사용한 힘도 이것이었을 것이다. 홀로 버려진 옛님의 마음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위로해주는 이가 바로 그 도둑이었기 때문이다(루카 23,40-43).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호랑이의 피가 아니라 어린양의 피다. 강해지고 지배하려는 이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와 서로 섬기는 이들이 모여 사는 이들의 공동체 중 어느 쪽으로 마음이 끌리나? 우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식과 계획이 아니라 섬기고 봉사하며 희생할 수 있는 힘이다. 어린양의 살과 피다. “주님, 저희에게 더 큰 믿음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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