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30일(성 금요일) 송구함과 고마움

이종훈

330(성 금요일) 송구함과 고마움

 

어떤 침 자리는 너무 아파서 내 건강을 회복시켜주는 유쾌한 통증인데도 침 맞기 꺼리는 마음이 생긴다. 유쾌한 통증이라도 육체적 고통은 여전히 반갑지 않다. 작은 침도 그러한데 대못으로 손과 발을 꿰뚫는 고통은 어떤 것일지 상상도 하기 싫다. 게다가 그것이 누명으로 사형의 형벌을 받는 것이니 어떤 마음이어야 그런 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일까?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예상하신 예수님도 그 엄청난 육체적 고통은 처음 겪으셨기 때문이었을까 그분은 소리 지르셨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르 15,34)?” 일생 자상한 엄마처럼 당신과 함께 계시던 아버지 하느님이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에 당신 곁을 떠나셨다. ? 그것은 당신이 죄가 되어버리셨기 때문이다(2코린 5,21). 죄와 하느님은 함께 있을 수 없다. 그것이 아버지의 뜻이라서 그 길을 따라왔지만 아버지와 떨어지는 고통이 그런 것인 줄은 예상 못하셨나보다.

 

임종을 앞 두 어머니는 나 왜 이렇게 안 죽냐?’라고 불평 아닌 불평을 하셨다. 너무나 아프셔서 차라리 죽는 것이 좋겠다고 여기셨던 것이다. 그분에게 죽음은 차라리 해방이고 구원이었을 것이다. 십자가에 그렇게 달려 있을 때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고 오직 육체적 고통만이 있을 뿐이었다. 죄란 그런 것인가 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고통만 있는 상태.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 열매는커녕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그분은 우리의 모든 죄를 짊어지시고 죽음의 세계로 들어가셨다. 하느님은 들어가실 수 없지만 죄가 되신 예수님은 온 몸에 흉측한 죄의 상처를 가지고 그 세계로 당당하게 들어가셨다. 새까만 어둠 속으로 밝은 빛이 들어가셨으니 어둠은 숨을 곳이 없게 됐다. 그분이 짊어진 죄에는 나의 것도 들어 있다고 믿는다. 아무것도 할 수 나를 대신해주신다. 그러니 그분의 대속행위는 2천 년 전의 일이 아니라 오늘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다. 한없이 송구하니 고개를 들 수 없고 지극히 고마우니 목청껏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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