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4월 2일(부활팔일축제 월요일) 보호해 주소서

4월 2일(부활팔일축제 월요일) 보호해 주소서 

교회는 부활대축일을 지내고 그 큰 기쁨을 팔일 동안 지낸다. 그렇지만 우리 대부분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직장에 나가고, 쌓여 있는 집안일들을 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지난 주말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우리의 일상 안에도 어제 목청껏 노래 불렀던 알렐루야의 기쁨이 있기를 바란다.

“하느님, 저를 지켜 주소서. 당신께 피신합니다(시편 16,1).” 우리가 가장 많이 바치는 기도일 것이다. 사고와 위험에서 보호해달라는 청원일 수도 하지만 그보다는 유혹과 도전과 위협 속에서 양심의 자유를 잃어버리지 않고 하느님을 슬프게 해드리는 언행을 피하게 해달라는 청원이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첫 말씀은 “평안하냐(마태 28,9)?”였다. 죄는 잠시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지만 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 괴로움,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바뀐다. 한 마디로 평화를 잃어버린다. 시간을 되돌려 잘못된 것을 다시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평화를 되찾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남은 것은 후회와 괴로움뿐이다. 죽음이란 이런 것이겠지.

예수님은 죽음의 고통에 사로잡혀 계실 수 없었다(사도 2,24)고 베드로 사도는 외쳤다. 그분은 죽는 일까지 하느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만 하셨다. 그리고 그분의 수난과 죽음은 의인이 아니라 죄인들을 위한 것이었다. 죄인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하는 일은 오직 하느님만 하실 수 있다. 그렇게 큰 사랑을 지니신 분의 의지를 무엇이 꺾을 수 있나? 그분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 그분께 나 자신을 맡기고 그분 안에 숨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도 많은 사건, 인간관계, 나의 일 안에서 영혼과 양심의 자유를 지켜달라고 살아계신 주님께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