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8일(부활 2주일, 자비주일) 용서와 평화

이종훈

 

4월 8(부활 2주일자비주일용서와 평화

 

교회는 지난 8일 동안 주님 부활의 기쁨을 나누었습니다하지만 실제로 그 일이 벌어졌던 그 때 사도들과 다른 제자들에게는 혼란스러운 날들이었습니다죽었던 사람이 되살아났다는 말을 믿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겁니다무서우면서고 기쁘고예전 그 모습이 아닌 분을 주님이라고 불러야하는 시간 동안 그들은 어리둥절했을 겁니다그러는 가운데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제자들이 거의 다 모여 있는 곳에 나타나셨습니다예수님께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말씀하셨습니다(요한 20,19).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은 한 마디도 없으시고 곧장 그들을 새롭게 파견하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3).” 주님 부활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평화요 또 용서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삶을 요약하면 하느님의 사랑이고 그것은 용서로 표현되었습니다용서는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가장 확실한 인간의 행위입니다제자들이 바쳐야 하는 기도를 가르쳐주시면서 용서하라는 말씀으로 그 기도를 요약하셨고(마태 6,14-15), 베드로가 형제들의 반복되는 잘못에 대해 불평을 할 때에도 일흔일곱 번이라고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마태 19,21-22). 만 탈렌트를 빚진 매정한 종의 비유(마태 19,23-35),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한 둘째 아들을 기다리는 선한 아버지의 비유(루카 15,11-24) 등 용서를 가르치셨습니다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실천하셨는데들것에 실려 내려 온 중풍병자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으시고 얘야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마르 2,5).”라고 선언하셨고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혀 온 여인에게도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가거라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 8,11).” 말씀하시며 그녀를 돌려보내셨습니다그리고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시기 직전에도 당신을 모욕하고 십자가형에 처한 이들을 용서해달라고 아버지 하느님께 청하셨습니다(루카 23,34). 이 밖에도 직간접적으로 용서에 대한 말씀과 행동은 많습니다그런데 어느 곳에서도 용서를 받기 위한 속죄와 보속 행위를 요구하지 않으셨습니다다만 용서의 선물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셨습니다그것은 바로 너희도 용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예수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직접 체험했거나 그런 제자들을 따라 믿음을 가진 이들이었습니다그들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으며모두 주 예수님의 부활의 큰 은총을 누렸습니다(사도 4,32-33).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생활입니다이는 곧 땅 위에 있는 하늘나라의 모습입니다이것은 본성적으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에는 큰 도전입니다그런데도 그런 생활이 가능했던 것은 주님 부활의 은총 덕분이었습니다그들은 모든 것을 나누었습니다재물을 나누어 가난한 사람이 없었고시간과 재능을 나누어 서로 도왔으며마음을 나누며 기쁨과 슬픔을 공유해 한 마음이 되었습니다재물시간과 재능마음의 나눔의 이순서는 나누기 어려운 순서이기도 합니다마음의 나눔이 가장 어려운 이유는 그 안에 용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한 마음이 됨은 내가 그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마음이 없듯이 그도 나에게 상처를 줄 마음이 없음을 안다는 뜻입니다나는 약하긴 해도 악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그런데도 우린 함께 살면서 서로를 불편하게 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힙니다이에 대한 완전한 치유는 용서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용서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압니다아직도 미움과 복수하고 싶은 욕구에 시달립니다그러면 안 됨을 잘 알고미워해봐야 자신의 상처만 더 곪으며복수해봐야 그에게는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또 다른 상처를 입힘을 잘 알고 있습니다그래도 어렵습니다하느님이 십자가형을 받아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이고죽었던 사람을 되살릴 수 있을 만큼 큰 힘이 필요합니다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 넣어주시며 용서하라는 사명을 주셨습니다(요한 20,23).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지만 주님께서 그런 일을 우리에게 사명으로 주셨을 리가 없습니다사도 토마스도 다른 제자들이 주님을 뵈었다는 말을 못 믿었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가 그런 능력을 부여받았음을 믿지 못해서 괴로워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첫 번째 사람들은 따먹지 말라는 과일에 손을 대어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지만(창세 3,1-24), 토마스는 주님의 상처에 손을 대어 하늘나라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요한 20,27-28).

 

용서의 보상은 평화입니다하늘나라는 평화의 나라입니다어쩌면 하늘나라에서도 다툼과 상처가 있을지도 모릅니다그러나 그곳에는 서로 용서하기 때문에 평화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토마스는 부활하신 주님을 뵙고 그분의 상처에 손을 대어 보고서야 믿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믿어야 돼서 더 힘들기는 하지만 그만큼 더 행복할 수 있습니다(요한 20,29). 용서하지 않으면 평화도 없습니다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해서 차별을 없애고이웃의 반복되는 잘못을 인내하며미움과 비난과 복수심의 올가미에서 해방됩니다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그렇게 우리는 더 큰 세상더 좋은 세상더 아름다운 세상하늘나라를 찾아갑니다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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