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10일 가볍게

이종훈

410일 가볍게

 

잠에서 깨어나 드는 첫 번째 생각이 알렐루야! 주님을 찬미합니다.’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은 무슨 요일인지 알아차리는 일로 시작해서 해야 할 일, 마무리 하지 못한 일들, 만나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꺼풀과 어깨를 더 무겁게 만든다.

 

주님께 모든 것을 내어 맡기세요.’라고 수없이 말했지만 정작 자신도 그러지 못한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주님께 내어 맡기는 것인가?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것인가? 나의 모든 고민과 걱정거리들을 주님께 말씀드리고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말씀드리는 것인가? 예수님은 아버지께 모든 것을 맡기셨다가 고단하게 사시고 마지막에는 누명까지 쓰고 십자가 위에서 저렇게 돌아가셨는데, 나도 모든 것을 맡겼다가 똑같이 되는 것은 아닐까? ! 아직도 주님 부활의 뜻을 모르고 있다.

 

예수님은 당신이 이 세상에 사실 때 당신을 이끄셨던 성령을 바람에 비유하셨다. 우리는 바람소리는 듣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요한 3,7). 스쳐가는 바람을 붙잡고 어디에서 오는 길이냐고 또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것뿐이다. 나뭇잎이나 새털처럼 가벼워야 그 바람을 따라 다닐 수 있을 텐데. 미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나는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 뿐이다. 쓸데없는 잡념, 걱정, 불안으로 가득 차서 무겁다. 그러니 그 바람에 실려 갈 수가 없다.

 

영적인 재탄생, 영적으로 새로워짐이란 내가 아니라 바로 그 바람, 성령님께서 하시는 일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분, 예수님을 마리아의 몸에 잉태시킨 분, 예수님을 이끄셨던 분 그리고 무덤에서 그분을 흔들어 깨우신 분이다. 그분은 내가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새로운 마음으로 대하게 하실 수 있다. 쓸데없는 것들은 말 그대로 아무 쓸모가 없으니 버려야 한다. 주님께 자신을 맡김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비워야 가벼워져 바람에 실려 갈 수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아무거나 막 버려서는 안 된다. 걱정, 불안, 미움, 상처들이 보일 때마다 그것들을 잘 보고 그것들을 내 밖으로 던져 버리자. 다시 보이면 잘 보고 또 집어던져 버리자. 그리고 그 뒤에 불어오는 여린 바람에 나를 맡기자(1열왕 19,12). 나는 그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왔는지 알고 또 어디로 나를 데려가실 지도 잘 안다. 십자가 위에 축 쳐져 계신 저 분이 계신 곳이다. 그분이 죽기까지 사랑하셨던 아버지 하느님이 계신 곳이다. 버리고 비워져 가벼워진 나를 그 바람에 얹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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