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14일 신뢰

이종훈

414일 신뢰

 

살면서 크고 작은 문제와 갈등을 만난다. 어떤 것은 시간이 해결해주지만 어떤 것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 시간은 참 고독하다. 그럴 때마다 기도하며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벌려 그 위에 그것들을 올려놓는다. 묘책이나 응답을 내심 기대하며 길을 보여주시기를 바라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답답한 침묵만이 나에게 대답한다.

 

하느님은 죽은 이를 되살리셨는데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주실 수는 없나보다. 아니면 내가 그분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요즘 대부분의 청년들은 종교 활동을 하지 않는데, 종교가 자신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지만 그들을 설득할 증거들은 너무나 빈약하다. 물론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당장 빵이 필요한 그들에게 나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그들을 먹일 능력이 없다.

 

오천 명을 먹이는 큰 행사를 치르시고 예수님은 홀로 산으로 들어가셨다. 아무도 없는 산 속에서 그분이 무엇을 하셨을까? 뒤돌아보시고, 다시 보시고, 앞으로 가실 길을 내다보셨겠지. 그분이 거기서 기도 말고 무엇을 하셨겠나. 아버지 하느님과 함께 고요히 시간을 보내셨을 것이다. 그러시면서 제자들의 반대와 몰이해 그리고 사람들의 아우성과 섣부른 찬양들의 소음으로 지친 마음과 흐트러진 정신을 가다듬으셨을 것이다. 그 가운데에 배를 타고 먼저 떠난 친구제자들의 안위가 포함되어 있었음은 당연하다. 그들이 무사히 목적지에 닿기를 간절히 바라셨을 것이다.

 

그들의 안위에 대한 바람이 너무 크고 그들이 풍랑 속에서 안전한지 너무 걱정이 돼서 그러셨을까, 예수님은 그냥 물위를 걸어 서둘러 그들에게로 가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 6,20).” ‘나다.’라는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이들은 큰 위로를 받으며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풍랑 속에 나타난 유령을 보고 너무 놀라 까무러쳤을 것이다. 주님께서 내게 아무런 대답을 하시지 않는 이유가 나도 그들처럼 놀라 까무러칠까봐 걱정하시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야 될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지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나에게 나다.’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때 물위로 막 걸어 제자들에게 가셨던 것처럼 하늘나라에서 슝 하고 내게로 내려와 주실 것이다. 내가 나를 걱정하는 것보다 주님이 나를 더 걱정하신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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