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20일 회심과 머무름

이종훈

420일 회심과 머무름

 

우리는 아는 대로가 아니라 믿는 대로 행동한다. 신념이라는 말이 주는 좋은 이미지와는 달리 그것을 이웃을 다치게 하고 폭력을 정당화하고 때로는 거룩하다고 여기게 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 목적이 선하다면 그 수단도 선해야 한다. 이웃의 잘못을 교정시켜주는 것은 선하지만 그 이웃에게 상처를 줄 것 같으면 더 기다리거나 차라리 끝까지 인내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바오로 사도 사울은 그리스도인들을 잡아들이는 일이 하느님의 위한 일이라고 굳게 믿었다. 아마 그것은 박해가 아니라 교정이고 선도라고 여겼을 것이다. 선행을 하고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굳건한 신념은 심각한 도전을 받았고, 그 도전 속에서 사흘 밤낮을 빛도, 음식도, 물도 없는 철저한 어둠 속에서 지내야했다(사도 9,9). 신념이 바뀜은 곧 자신의 인생이 뒤집어짐인데 그 정도의 고통과 인내는 당연했을 것이고, 그 혼란과 고통이 너무 커서 그 사흘도 그에게는 긴 시간이 아니었을 것 같다.

 

회심의 뜻은 아주 쉽지만 그 과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컴퓨터는 프로그램을 바꾸면 그 즉시 다른 결과가 나오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옛 습관의 관성과 죄의 향수가 자신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삶이 단번에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그를 알고 그의 삶을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예상을 거슬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하던 사람들 심지어는 가족들과 맞서야하기도 한다. 주님은 사울에게 그가 겪을 일들을 미리 보여주셨다(사도 9,16).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산다. 그 중에서 진실을 가려내고, 그것을 하느님의 마음으로 해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눈을 흐리고 귀를 막는다. 결국 모든 오류와 죄의 뿌리는 이기심과 자애심이다. 그런 본성을 어떻게 단 번에 바꿀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 죽음을 이기신 주님 안에 머무른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이다. 고요, 침묵, 고독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요한 6,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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