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23일 예수님 계신 곳

이종훈

423일 예수님 계신 곳

 

휴일에 수도권 외각 공단지역 길거리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마치 외국공항에 와 있는 느낌이다. 각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세상이다. 마트, 음식점, 부동산소개에도 외국인들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주로 자가용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보기 어렵다. 걷는 사람들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오히려 내가 거기에서는 이방인이다.

 

처음에는 우리와 다른 생김새와 어두운 옷차림새에 경계심이 생겼지만 그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특히 그들의 하루살이를 들으니 그런 나의 경계심이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렸을 것이라는 생각에 죄송스럽다. 피부색, 언어, 문화, 종교는 다르지만 그들도 나와 똑같은 한 사람이고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이들이다.

 

어쩌면 예수님은 나보다 그들을 더 사랑하실 지도 모른다. 예수님도 아기였을 때 이집트로 이민 가셔야 했고, 성인이 되셔서도 이방인으로 외롭게 사셔야 했으니 그들의 처지를 더 잘 아실 것 같기 때문이다. 주님께는 당신을 이해해주는 사람 하나 없이 지독한 외로움 속에 십자가 위에서 생을 마치셨다. 그분은 유일한 하늘나라 사람이셨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들 때문에 한국 사람들 일자리가 없다고 불평한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들의 하루 생활을 보면 그 자리를 채우겠다고 나설 사람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사장님들이 언어소통도 불편하고 그들 때문에 다른 법적인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는데 왜 그들을 채용했겠나? 어쩌면 그들은 우리 제조업을 떠받치고 있는 고마운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작은 조카나 자녀들 나이의 젊은이들에게 한국말을 열정적으로 가르친다. 떠듬떠듬 삐뚤빼뚤. 어떻게 저런 한국어 실력으로 위험한 기계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공장에서 일하는지 걱정스럽다. 업무지시사항이나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말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주일에 그 한두 시간만이라도 좋은 삼촌이나 부모님을 만난 것 같이 해주어야하겠다. 가장 작은이들과 함께 계시는 예수님은 나의 연민 안에 계신 예수님을 만나게 해주신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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