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24일 남아있는 증거

이종훈

424일 남아있는 증거

 

당신은 언제까지 우리 속을 태울 작정이오? 당신이 메시아라면 분명히 말해 주시오(요한 10,24).”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다그치며 한 말이다. 예수님은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고, 병자를 낫게 하고, 눈먼 이를 보게 하시며 당신이 메시아 그리스도임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고난을 받아 죽었다가 부활하실 것을 예고하셨다. 이는 메시아에 대해 성경에 기록된 대로,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하여 약속하신 대로였다. 무엇을 어떻게 더 설명해야 하셨을까?

 

유다인들이 바랐던 메시아상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 들어도 듣지 못하고 보아도 보지 못했다. 성경을 열심히 공부한 이들도 금욕적으로 철저하게 율법을 지키며 사는 바리사이들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이 바랐던 메시아는 그들의 어려운 현실을 바꾸어주는 사람이어야 했나보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방인들이 복음을 받아들여 세례를 받는 일이 지금은 당연한 일이지만 사도시대에는 큰 이슈였나 보다. 바르나바를 파견해서 그들이 진짜로 복음을 받아들였는지 확인하게 했다(사도 11,22). 그곳에 도착한 바르나바는 하느님의 은총이 내린 것을 보고 기뻐하며, 모두 굳센 마음으로 주님께 계속 충실하라고 격려하였다고 한다(사도 11,23). 바르나바는 무엇을 보고 그들이 주님께로 돌아서서 믿게 되었다고 확신했을까? 무엇이 하느님의 은총이 내린 증거였을까?

 

그것은 그들이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서로 돕고, 인내하고, 용서하며 살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살림살이나 조건이 달라진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초대교회 교우들이 어떤 박해를 받았는지 잘 알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주님께 도와달라고 청함은 자녀들의 도리요 가난한 이들의 권리이다. 그런데 원하는 대로 현실이 바뀌지 않아도 주님께 등을 돌리지 않고 끝까지 남아있는다면 하느님께서 그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으실 수 있고 마지막 날에 그들을 모두 되살려 당신 품으로 데려오지 않으실 수 있겠나?

 

긴 인생이라지만 하느님 앞에서는 그리고 우주의 역사 안에서는 그저 순간이다. 그 당시에는 온 세상이 떠들썩했던 일들도 몇 줄의 글로 기록될 뿐이다. 다 스쳐지나가는 것들이다. 남아있는 것은 사랑뿐이다. 내 기억과 마음속에 남아있는 것은 내가 어려울 때 도와주었던 사람, 고통스럽고 슬플 때 위로하며 함께 울어주었던 사람, 어두울 때 빛을 가져다준 사람이다. 그들의 선행과 도움과 사랑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증언한다. 그것이 그리스도인 공동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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