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25일(성 마르코 복음사가) 신비가

이종훈

425(성 마르코 복음사가) 신비가

 

숲길에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어제 바람이 얼마나 강하게 불었는지 짐작케 했다. 하루사이에 아니 단 몇 분 만에 숲의 모든 가지치기를 끝냈다. 나무들은 그 날 아니 그 시간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고 식물들은 비가 내리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 사람, 사물에 대해 선택, 결정, 해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언제나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를 바라지만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뿐이다. 하느님의 뜻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서로 사랑하라는 매우 원론적인 내용뿐이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도 적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 결정이 쉬울 리가 없다.

 

성인들은 모든 것을 하느님의 손에 맡겼다. 순교자들은 목숨까지 하느님께 맡겼다. 그들은 겸손했다. 겸손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이다. 하느님께 맡김은 무책임한 방임이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마음의 태도이다. 하느님의 뜻은 물론이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도 잘 모른다고 고백하면서 물어물어 더듬더듬 하느님의 뜻을 찾아간다. 쉬지 않고 기도한다. 인도해달라고, 가르쳐달라고, 보여 달라고 청한다.

 

겸손한 마음과 가난한 마음은 그것이 선택되고, 결정되고, 해결되게 한다. 설령 잘못된 결정을 내려도 하느님이 손수 바로 잡아주실 것이다. 당신께 모든 것을 맡겨드렸으니 당신의 책임지셔야하기 때문이다. 내 몫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과연 내 지향이 순수한지 성찰함이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내 것을 기꺼이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혼란, 반대, 박해를 견디어냄이다. 때가 되면 큰 바람이 불어 마른가지들과 열매 맺지 못하는 가지들은 다 쳐내고, 비가 내려 메마른 대지를 적실 것이다. 그렇게 우리 모두 각자 고유한 모습으로 신앙의 신비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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