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4일 썩지 않는 열매

이종훈

54일 썩지 않는 열매

 

설교자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설교내용 준비가 아니라 설교하는 대로 살고 있지 못하면서 그것을 외쳐야 하는 내적 갈등이다. 그래도 외친다. 그것은 자격이 아니라 직무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

 

설교의 핵심은 언제나 사랑이다. 주님께서는 그 계명만 주셨기 때문이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7).” 사랑만으로 살 수 있냐는 의문이 생기기도 하지만, 사실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이 인간관계가 아니던가? 신뢰하고 나보다 너를 먼저 생각한다면 세상살이 무슨 어려움이 있겠나?

 

그런데 왜 안 될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실망, 배반, 상처 때문에 불신이 생겨나고 또 커져서 너와 나 사이에 커다란 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일 거다. 사람을 믿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비난할 수 없다. 보이는 사람도 믿지 않으면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는다면 그 말을 누가 믿겠나?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1요한 4,20).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예수님의 계명을 지켰어야 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요한 14,21).”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실망, 배반의 아픈 상처 때문이 아니라 그에게 무엇인가를 바랐기 때문일 거다. 본시 사람은 믿을만한 존재가 못 된다는 것을 잠시 잊었던 거다. 사실 이것은 하느님도 깜빡하셨던 사실이다(창세 8,21). 사람은 자주 잊어버리고, 약속을 잘 지키지 못 한다. 그가 나빠서가 아니라 연약해서 그렇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자꾸 그렇게 된다. 그러니 이제 사람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말자. 그저 사랑만 하자. 그 사람에게 바라면 그 사람밖에 안 되겠지만 하느님을 바라면 예수님처럼 살 수 있다. 하느님은 결코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배반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그분이 내 안에서 맺어주신 열매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남는다(요한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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