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6일(부활 6주일) 충만한 기쁨, 영원한 기쁨

이종훈

56(부활 6주일) 충만한 기쁨, 영원한 기쁨

 

부활시기 어느 주일에 성가를 들으며 제대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모든 부활성가가 그렇듯이 그 성가도 기뻐하라는 노랫말과 경쾌하고 활기 찬 멜로디였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대 앞으로 나아가는 그 짧은 시간에 내가 왜 기쁘지 않은지, 그러면 그 당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그들의 기쁨은 어떤 것이었는지 떠올랐습니다. 부활이 모든 이들에게 기쁜 소식은 아니었습니다. 그분을 사랑했고 그분의 억울한 죽음을 반대하고 막으려고 눈물로 저항했던 작은이들만 부활하신 주님을 뵈었고 또 그 기쁨을 목청껏 외치고 노래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아드님의 시신을 안아 오열했던 성모님과 그 시신마저 도둑맞아 끝까지 모욕당하셨다는 생각에 무덤가에서 울던 마리아 막달레나와 같은 사람들의 슬픔은 기쁨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기쁨은 예수님을 따라 고통과 슬픔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온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주님의 선물이었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했던 이들만이 받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쁨, 하느님의 기쁨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전에 이미 그 기쁨을 약속하셨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기쁨으로서 당신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약속하셨던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9-11).” 충만한 기쁨입니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께 사랑받았고 그분과 함께 사시면서 그분의 사랑 법을 배우셨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오셔서는 당신이 배우신 그대로 사람들을 사랑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사랑받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기쁩니다. 예수님은 기쁘고 행복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그 기쁨과 행복을 제자들에게 나눠주며 가르치셨습니다. 그 마음을 굳이 드러내 밝히실 필요는 없었지만 제자들을 위해서 그 말씀, 즉 충만한 기쁨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사랑의 기쁨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사랑은 수고, 인내, 눈물 그리고 피 흘림입니다. 한 마디로 사랑은 고달픕니다. 예수님의 참으로 고단한 세상살이가 그것을 증언합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살아서 또 사랑하셔서 기뻤다고 말씀하셨으니 그 기쁨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얼마 전 남북정상회담을 생중계로 지켜보았습니다. 감동적인 장편드라마였습니다. 명장면들을 찾아보면 또 다시 흐뭇해집니다. 그날은 나도 모르게 긴장돼서 잘 느끼지 못했던 감동과 기쁨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그날을 기다렸던 오랜 시간들과 그런 날을 고대하던 많은 실향민들의 간절한 바람들 그리고 그날을 준비했던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이 생각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덕이었을까요, 며칠 전 스웨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서 남북여자탁구팀이 그들 스스로 극적으로 단일팀을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경기에서는 졌지만 서로 포옹하고 웃는 모습에서 그들은 이미 승리자였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했던 이들과 극적으로 단일팀을 구성했던 이들이 누렸을 그 큰 기쁨이 정말 부럽습니다. 그것을 시청했던 이들이 누렸을 기쁨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기쁨이었을 겁니다. 그러니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던 그들의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성경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 그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웃고 춤추고 노래하고 소리를 질러도 그 기쁨을 다 표현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평화의 길은 멀고 험난합니다. 이번 성과를 폄훼하는 이들의 주장도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얼마든지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만일 또 그렇게 되어도 우리는 다시 시작하고 또 이번 같은 일을 이루어내고야 말 것이며 그 기쁨은 이번보다 더 커질 것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하고 주님께서는 그 평화를 선물로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으니 언젠가는 반드시 완성되고야 말 것입니다. 우리는 믿습니다. 예수님이 그렇게 사셔서 기쁘지 않으셨다면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을 말씀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기쁨은 세상의 그것과 달라서 실패하고 일이 잘 되어가지 않을 때 우리가 흔들리지 말고 평화를 주시겠다는 주님의 약속을 믿으라고 그런 말씀을 일부러 해주셨습니다. 우리가 낙담하고 포기할까봐 일부러 그런 말씀들을 유언처럼 남겨놓으셨습니다. 예수님처럼 사랑하고 평화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실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친구가 옆에 있는 것처럼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우리는 그것을 믿습니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은 한 그분은 절대 우리를 떠나지 않으십니다. 그것 또한 우리의 기쁨입니다. 그 누구도, 죽음도 그 기쁨을 빼앗아가지 못합니다.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약속하셨습니다. “이처럼 너희도 지금은 근심에 싸여 있다. 그러나 내가 너희를 다시 보게 되면 너희 마음이 기뻐할 것이고,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요한 16,22).” 그래서 우리는 충만한 기쁨과 영원한 기쁨 속에서 삽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번호 제목 날짜
1673 [이종훈] 나해 9월 2일 짐(+MP3) 2021-09-02
1672 [이종훈] 나해 9월 1일(피조물 보호를 위해 기도하는 날) 외딴 곳(+MP3) 2021-09-01
1671 [이종훈] 나해 8월 31일 맑은 정신(+MP3) 2021-08-31
1670 [이종훈] 나해 8월 30일 임마누엘(+MP3) 2021-08-30
1669 [이종훈] 나해 8월 29일(연중 제22주일) 나와 하느님(+MP3) 2021-08-29
1668 [이종훈] 나해 8월 28일(성 아우구스티노) 핑계(+MP3) 2021-08-28
1667 [이종훈] 나해 8월 27일(성 모니카) 기름 만들기(+MP3) 2021-08-27
1666 [이종훈] 나해 8월 26일 남아 있기를(+MP3) 2021-08-26
1665 [이종훈] 나해 8월 25일 회칠한 무덤(+MP3) 2021-08-25
1664 [이종훈] 나해 8월 24일(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검지(+MP3) 2021-08-24
1663 [이종훈] 나해 8월 23일 한국 교우의 신앙(+MP3) 2021-08-23
1662 [이종훈] 나해 8월 22일(연중 제21주일) 믿음의 길(+MP3) 2021-08-22
1661 [이종훈] 나해 8월 21일 선행과 희생(+MP3) 2021-08-21
1660 [이종훈] 나해 8월 20일 바싹 달라붙어 있기(+MP3) 2021-08-20
1659 [이종훈] 나해 8월 19일 제일 좋아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MP3) 2021-08-19
1658 [이종훈] 나해 8월 18일 선한 능력(+MP3) 2021-08-18
1657 [이종훈] 나해 8월 17일 참 기쁨(+MP3) 2021-08-17
1656 [이종훈] 나해 8월 16일 신뢰와 사랑(+MP3) 2021-08-16
1655 [이종훈] 나해 8월 15일(성모승천 대축일) 거룩한 몸(+MP3) 2021-08-15
1654 [이종훈] 나해 8월 14일 거룩한 욕망 키우기(+MP3) 2021-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