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5월 7일 바람아 불어라!

5월 7일 바람아 불어라!

길냥이들의 사랑소리가 들리지 않더니 며칠 전부터 새끼들의 야옹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창조주의 뜻을 잘 따랐다. 이제는 꽃가루가 날린다. 나무들도 그분의 뜻에 따라 그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번성도 그 목적이겠지만 여기서 끝날지도 모를 자신의 생명을 저기에서 이어가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씨앗은 천덕꾸러기로 땅위를 뒹굴고, 그 중 일부만 좋은 땅에 자리를 잡아 자신의 사명대로 새로운 자리에서 그 생명을 이어간다. 옥상 정원에도 심은 적이 없는 소나무가 어느새 크게 자라서 고민이다. 좋은 땅이 씨앗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씨앗이 좋은 땅을 찾아간 것일까? 바람은 알겠지.

꽃씨를 날리듯 세상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한다. 모든 사람이 복음을 반갑고 기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느낄 수 없는 그분의 현존을 어떻게 전할 수 있나? 전하는 소식의 진위는 전하는 그 사람의 진실성과 진정성 그리고 충실성에 달려 있다. 그래도 그 땅이 합당하지 않으면 복음도 길거리에 버려진 전단지에 불과하다.

성경의 까만 글씨들을 주님의 목소리로 듣게 해주시는 분이 계신다. 2천 년 전의 예수님을 오늘 여기에서 생생하게 만나게 해주시는 분이다. 이런 일이 어떤 이들에게는 심약한 이들의 환상으로 보이겠지만 그들이 나의 열매를 맛보고 흔들리기를 바란다.

예수님을 배반한 제자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예수님도 그들이 그럴 줄 아셨고 내가 그러는 것도 이해하신다. 땅이 하늘을 어찌 알겠나? 그렇다고 언제까지 무지 안에 머무르고 이방인도 아니고 그분의 형제도 아닌 어정쩡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 나의 생은 그렇게 길지 않다. 나의 육체는 창조주의 뜻을 따라 죽음으로 달려가고 있다. 더 깊은 곳에 그물을 던져야 되는 줄 알지만 어디가 깊고 물고기가 득실득실한 곳인지 모르니 답답하다. 오늘도 바람이 불어주기를 기다린다. 말라버려 쓸모없는 가지들을 한 번에 모두 쳐내고 그 바람을 이겨낸 튼실한 가지에서 많은 열매가 열리기를 바란다. 그리고 꽃가루도 그것이 뿌리내릴 수 있는 좋은 땅을 잘 찾아가기를 바란다. 바람아 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