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11일 세속적인 것과 거룩한 것

이종훈

511일 세속적인 것과 거룩한 것

 

나 야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레위 19,2).” 하느님은 우리 모두가 거룩해지기를 바라신다. 그러면 세속적인 것과 거룩한 것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세속적인 것이라고 모두 나쁘지 않다. 또 종교적인 것이라 무조건 거룩하지 않다.

 

예수님은 사제가 아니고 목수셨다. 그분은 성전에서 살면서 성경만을 읽고 연구하지 않으셨다. 어찌 보면 그분은 철저히 세상 안에서 세속인으로 사셨다. 공생활은 더욱 그랬다. 그러면서도 안식일에는 회당에 가셔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설교하셨고, 축제일에는 예루살렘 성전을 순례하셨다.

 

매일 미사에 참례하고, 성당 일에 봉사하며, 많은 기도를 바친다고 거룩해지지 않는다. 그런 이들의 삶이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적은 별로 없다. 반면에 이런 모습들은 언제나 나의 마음을 움직인다. 새벽버스를 가득 채운 사람들, 코끼리 발 같이 두툼해진 손, 새벽에 쓰레기를 치우는 소리, 문고리에 가지런히 꽂힌 여러 종류의 신문 뭉치 그리고 한가해진 성당에 들러 감실 앞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의 뒷모습이다.

 

헌신, 희생, 자비, 충실이 나의 마음을 움직인다. 나만 그러지는 않겠지. 그것들은 사랑의 여러 모습이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예수님도 종교인이 아니셨으니 하느님은 세속적이라고 말해도 될까? 여하튼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생활하신다. 이제는 저 옛날처럼 종교가 세상을 이끌어가지 않아도 된다. 아니 그럴 수 없다. 종교적이라고 무조건 거룩하지 않음을 세상이 다 알기 때문이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사랑 없는 세상은 생각하기도 싫다. 하느님 안 계신 세상에 사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 그분은 오늘도 쳐진 어깨를 두드리시며 내 옆에 앉아 계신다, 내가 다시 일어나 걸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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