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6일 하느님 안에

이종훈

6월 6일 하느님 안에

 

숲길을 열심히 걷고 있는데 누가 다가와 내게 물었다.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십니까?’ 내가 지금 어디를 가고 있나? 산림욕장 출구? 나가기 위해 들어왔단 말인가? 집으로? 집에 돌아가기 위해 집을 나왔단 말인가? 고민 끝에 대답했다. ‘예, 저는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걸으며 숲 속에 있는 겁니다.’ 그러자 발걸음도 마음도 편안해졌다.

  

 

잠시 후에 그가 또 물었다. ‘그럴 거면 가만히 앉아 있지 왜 그렇게 힘들게 걷습니까?’ 그러게 왜 힘들게 이렇게 걷는 걸까? 어디를 바삐 가야하는 것도 아닌데. 단지 이 안에 있기 위함이라면 그냥 편하게 가만 앉아 있으면 될 텐데. 한참 생각하다가 궁색하지만 대답했다. ‘예, 운동도 하고 앉아만 있으면 심심하기도 하고 숲의 이곳저곳 구경도 하려고요. 걷다가 힘들면 앉아 쉬기도 합니다.’ 그는 그 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길이 있으니 간다는 말처럼 무엇인가 하지 않을 수 없어 무엇인가 한다. 내가 가는 그 길은 하느님을 향해 있다. 서둘러 바삐 간다고 빨리 도착하지 못한다. 사실 여기서는 그분을 완전히 알 수 없다. 그런데도 계속 앞으로 그분을 향해 걸어간다. 뒤로 걷는 것은 너무 힘드니까. 그렇게 하느님 안에서 살아간다.

 

 

모세가 광야에서 불타는 떨기나무에서 하느님을 만났을 때 그분은 “이리 가까이 오지 마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탈출 3,5).” 하고 말씀하셨다. 내가 아무리 바삐 서둘러 가도 그분께 다다를 수 없으니 놀맨놀맨 걸어간다. 그렇게 숲 속에 있고 그곳을 즐긴다. 예수님은 부활을 말씀하시지만 나는 고작 시체가 벌떡 일어나거나 잠이 들듯 죽었다가 누군가 깨워 일어나는 것 말고는 부활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솔직히 하느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래도 나는 믿는다, 하느님 향해 가고 있고, 하느님 안에 있다고. 자주 발걸음도 마음도 바빠지기도 하지만, 그 때마다 그럴 필요 없다고 이렇게 가르쳐주신다. 오늘도 잠에서 깨어났으니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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