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8일(예수성심대축일) 은혜로운 부끄러움

이종훈

6월 8일(예수성심대축일) 은혜로운 부끄러움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으니 사랑한다. 그를 위해 기도하고, 필요한 것을 주고,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조심한다. 하지만 그는 내가 그런 것을 모른다. 보상을 받고자 그런 것이 아니라 괜찮다. 그런데 그의 삶에는 변화가 없어서 기운 빠지고, 마음 썼던 시간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서운함이 화로 바뀌고 그것은 다시 미움으로 바뀐다. 어떻게 사랑이 미움이 되나? 처음부터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나보다.

 

 

‘엄마 밥!’하면 밥이 차려졌다. 옷을 휙휙 벗어던져 놓으면 다음날 깨끗한 옷을 입을 수 있었다. 밥과 반찬을 넣으면 도시락이 그냥 되는 줄 알았다. 그러니까 근 이십 년을 그렇게 했겠지. 내가 짜증을 부리면 두 분은 조용히 계셨다. 아! 그게 그런 게 아니었다. 나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다.

 

 

두 분의 죽음으로 내가 살았음을 이제 알았다. 한없이 죄송하고 고맙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사랑도 그렇다. 물이 쳐 올라가는 법은 없다. 땅이 비를 끌어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가 내려오는 것이다. 자신에게 사랑이 필요한 줄도 모르는 이에게 사랑이 쏟아져 내려오는 것이다. 그러니 혼자 잘나서 사는 줄 알았지. 이제는 부끄러운 줄 알아 은혜롭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우리는 그분을 모른다. 그분이 당신을 알려주셔서 비로소 알게 됐지만 여전히 잘 알지 못한다. 밥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고, 옷이 그냥 깨끗해지지 않음을 그리고 누군가의 희생과 기도로써 이렇게 살고 있음을 아는 만큼만 하느님을 안다. 예수님은 당신의 수난과 죽음으로 하느님도 아파하신다고 보여주셨다. 나의 가짜 사랑은 서운함, 원망, 분노, 미움으로 돌변하지만 하느님의 진짜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가르쳐주셨다. 부활이 그것이다.

 

 

하느님은 보답을 바라지 않으신다. 보답해드려야 한다면 차라리 죽어 없어지는 게 낫다. 그분은 내가 당신을 굳게 믿어 내적으로 튼튼해지기를 바라신다. 그것은 확신과 굳은 의지를 갖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그분과 함께 사는 것이다. 나도 싫은 나를 하느님은 좋아하시고 사랑하심을 믿어야 한다. 그러면 그분은 내 안에 사실 것이고 그분 사랑의 힘으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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