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9일(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 나를 기다리시는 분

이종훈

6월 9일(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 나를 기다리시는 분

 

주일미사에 참례하지 않은 것을 가장 큰 죄로 여기는 교우들이 많다. 사실 따지고 들면 그보다 더 큰 잘못이 더 많다. 이웃을 아프게 하고 험담한 일, 일하면서 비윤리적으로 행동해서 모르는 이웃들에게 경제적인 손해를 입힌 것이 그것이다. 반면 미사에 참례하지 않은 것은 이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큰 손해를 입힌 것이다. 하느님을 모실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서 주일미사에 참례하지 않는 것을 탓하기 어렵다. 교회밖에 좋은 것이 얼마나 많은가? 쾌락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세상살이에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뜻깊은 일을 하는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다. 반면 교회는 천 년이 넘게 거의 똑같은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사제들의 강론도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하니 주일미사에 참례하라고 말하기 불편하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과 강의라도 내 영혼을 구원하지는 못한다. 사람이 영혼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비록 매 번 똑같은 예식이고, 사제의 지루한 강론에, 맛없고 입 안에서 바로 녹아버리는 작은 빵을 성의 없게 나눠 받지만 그 안에 하느님께서 계신다고 믿는다. 어디에나 계시는 하느님이지만 거기 그 시간에 더욱 생생하게 살아계신다고 믿는다. 집도 부모님도 잊어버릴 정도로 아버지의 집을 좋아하셨던 예수님이 계신다고 믿는다(루카 2,49). 2천 년 넘게 거기 계셨으니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설령 그런 계획이 있어도 우리가 바라고 한둘이라도 당신이 거기 계신 줄 듣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늘 거기 그렇게 계실 것이다. 성체를 모셔 하느님이 내 안으로 들어오셔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지만 내 영혼은 너무 기뻐서 춤이라도 추면서 목청껏 노래한다고 믿는다.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 부담스럽다. 나같이 더러운 죄인이 어떻게 그분의 티 하나 없이 깨끗한 마음의 방에 들어갈 수 있겠나? 나는 잘 정돈되지 않고 먼지가 굴러다녀도 내 방이 편하고 된장찌개 냄새나는 엄마의 몸이 그립다. 그러니까 나를 영원히 도와주겠다고 약속하신 성모님은 가까이 하기에 부담스러운 분일 리가 없다. 그분은 우리의 더러움을 찾지 않으신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마음이다. 그 마음 안에 아들 예수 말고 뭐가 더 있었겠나? 그렇게 오직 우리가 주님 안에서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어 속상하다. 잃어버린 지갑, 전화기, 여권을 찾는 마음보다 백 배 천 배는 더 간절하겠지. 그렇게 나를 애타게 찾으시는 데 내가 나타나면 그분은 얼마나 기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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