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18일 원래 그렇다

이종훈

6월 18일 원래 그렇다

 

사람은 억울함을 참지 못한다고 한다. 소위 ‘갑질’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동안 약자들은 억울함을 억지로 꾹꾹 누르며 살았다. 그 억울함이 그들을 병들게 하고 또 다른 약자들에게 분풀이를 하게 하는 악순환이었을 것이다. 이제 그런 악행이 공개되고 사회적으로 비판 받게 돼서 더 이상 그런 악행이 묵인되지 않게 된 것은 참 다행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마태 5,39-41).”라고 말씀하셨다. 오늘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아니요, 저는 그렇게 못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할 거다. 약자의 편이셨던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라고 믿기 어렵다. 하느님 말씀이 아니더라도 공평, 공정, 정의는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그러니까 예수님의 그 말씀은 다른 차원에서 알아들어야 할 것 같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진짜 그렇게 하셨다. 죄를 짓지도 않으셨고 당신이 하느님이신데도 신성모독죄로 극형을 받으셨다. 예수님보다 억울한 사람이 있을까? 예수님은 당신에게 악행을 저지르는 이들과 맞서 싸우지 않으셨다. 오히려 그들을 용서해달라고 청하시고 그들을 위해 희생하셨다.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사랑이 어떤 것인지, 왜 그렇게 해야 하셨는지, 그런 예수님의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조금도 헤아려지지 않는다. 그것이 사랑이고, 아버지 하느님의 뜻이라니 그저 믿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외형적으로 부모는 자식에게 갑(甲)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철저한 을(乙)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하지 않나. 일반적으로 자식은 부모가 자신에게 복수해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함부로 행동한다. 그 자식들은 자신이 부모가 돼서 똑같은 갑질을 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다, 부모도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서 그들도 상처받고 억울했다는 사실을. 억울하고 속상해도 부모는 참고 당할 수밖에 없다. 왜? 그것이 부모이기 때문이다. 왜 부모는 그래야 하냐고 물어봐야 소용없다. 원래 그렇다. 사랑이 원래 그렇다. 예수님은 왜 그러셨냐고 묻지 않는다. 하느님은 원래 그러시다. 그래서 우리도 당신처럼 되라고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겠지. 아,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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