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7월 1일(연중 13주일) 만남

이종훈

7월 1일(연중 13주일) 만남

 

 

며칠 전 우리나라는 월드컵 독일과의 경기에서 기적 같은 일을 경험했습니다. 1%의 가능성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 전 두 경기에 실망해서 선수들을 비난하며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까지 올리기까지 했던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선수들은 20대 청년들입니다.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보다는 이기기를 바라며 자신들을 주목하고 있는 온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견딤이 훨씬 더 힘들었을 겁니다. 경기 후 엉엉 우는 선수들의 모습 속에서 그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졌다고 그들을 비난했던 사람들이 선수들의 그런 마음을 알았다면 그렇게 함부로 비난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참 열심히 경기해줘서 그리고 다른 많은 약자들이 희망을 갖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인터넷은 가히 혁명적으로 우리 삶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역기능도 있습니다. 익명성 뒤에 숨어서 내뱉는 막말, 욕설, 가짜뉴스, 거짓 정보들이 그런 것들입니다. 진실보다는 그런 거짓정보에 귀를 더 기울이게 되고 그에 따른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 어쩌면 우리는 진실을 마주하거나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를 두려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있습니다. 난민은 불쌍한 사람들이고, 살기 위해서 이곳을 찾아 온 사람들입니다. 난민들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청원이 벌써 50만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님을 잘 압니다. 그들이 내세운 우려들이 막연한 기우만은 아니기에 제도적으로 잘 준비하고 심사가 잘 이루어져야하겠지만 우선적으로 딱한 처지에 놓인 그들에 대한 연민과 자비로운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만일 난민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된다면 반대하는 그들도 생각이 바뀔 겁니다. 단지 우리나라가 제네바 난민국제협약의 회원국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불쌍하고 그런 이들을 포용하는 좋은 나라 품격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우리도 전쟁을 치렀고, 자의는 아니었지만 남의 나라 전쟁에 참가해서 많은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킨 적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내가 그라면 우리나라가 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지 바로 알게 됩니다.

 

 

죽어가는 딸을 살리기 위해 예수님을 모시고 가던 야이로 회당장은 도중에 딸의 사망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때 예수님은 그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마르 5,36).” 아버지가 자기 딸의 죽음을 마주하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라 두려운 일인가 봅니다. 그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겠지요. 예수님은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에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소녀의 주검이 있는 곳으로 아버지를 데리고 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그가 보는 앞에서 죽은 딸을 되살리셨습니다. 정녕 당신이 생명의 주관자로서 우리가 살기를 원하심을 명백히 보여주셨습니다. 바로 직전에 있었던 하혈병을 치유 받은 그 부인을 굳이 당신 앞에 서게 하시며 모든 이가 보는 앞에서 그녀의 병이 치유 받았음을 선포하시며 그 공동체 내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게 해주셨습니다. 이것이 하느님이 바라시는 것이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것을 잘 압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선출이 확정돼서 다른 동료 추기경들과 인사를 나눌 때 한 추기경이 그에게 한 귀엣말 때문에 이름을 프란치스코로 정했다고 합니다. 그 귀엣말은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마세요.’였습니다. 이번에 14명의 새 추기경을 임명하시면서 버림받고 소외된 이들을 섬기라고 강론하셨고, 새 추기경들은 대부분 그런 분들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다음 교종을 선출할 거니까 약자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사랑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안에 주님이 계시고 주님은 우리를 그들에게로 인도하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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