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7월 16일 예수님의 칼

이종훈

7월 16일 예수님의 칼

 

한 유명한 여자 테니스 선수가 국제대회 결승에서 져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소감에서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위해서 경기를 했노라고 울먹였다. 출산한지 얼마 안 된 그의 소감이라서 짧고 투박하지만 더욱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지난 며칠 간 그리고 숨 막히는 결승전에서 그가 땅에 떨어뜨린 모든 땀들이 그의 마음을 증언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우승과 준우승은 그저 글자 차이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의 그 짧은 고백은 한 순간에 모든 관중들을 경기장 밖, 치열한 경쟁 구조 밖으로 끌어냈다.

 

  

그 선수를 잘 모르지만 출산 후 육아의 어려움을 겪으며 그는 변했을 것 같다. 경기 중에도 자기 딸이 생각났다고 했다. 그는 테니스 선수라서 여전히 테니스를 한다. 그전에는 우승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경기 그 자체가 그리고 또 다른 것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 같다. 삶의 모습은 그대로지만 그 목적, 지향이 바뀌었다. 그것은 철저히 내면적이고 개인적이라서 그가 말하지 않는 한 그만 안다.

 

  

하느님은 나보다 나에게 더 가깝다. 그분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를 부르시지만 나는 잘 듣지 못한다. 그런 채로 일상을 산다. 늘 그렇게, 하던 대로 생활한다.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어디로 행해 가고 있는지 잊어버린다. 그럴 때는 모든 것이 짐스러워진다. 짜증, 불만 그리고 미움이 마음을 차지해버린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가 거룩해지기를 바라신다. 우리 모두가 당신을 알고 사랑하기를 바라신다. 성공해서 위대한 업적을 남기라고 명하신 적이 없다. 단지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께로 마음을 돌리기만을 원하신다. 너무 단순해서 자꾸 잊어버리나 보다. 이것을 잊지 않는다면, 짐짝처럼 실려 가는 지하철 속에서도, 땀 흘리는 공사장에서도,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도 우리는 평화롭고 거룩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끊어내야 한다. 쓸데없는 욕심과 자애심의 끈을 끊어내야 한다. 내 칼은 무디지만 예수님이 주신 그 칼은 참으로 날카롭다(마태 10,34). 그 칼로 마음 속 이 너저분한 것들을 한 번에 다 끊어내서 저 높이 나는 큰 새처럼 자유롭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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