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7월 21일 하느님의 정의

이종훈

7월 21일 하느님의 정의

 

예수님은 온갖 좋은 일을 하셨지만 권력자들은 그분을 위험한 사람으로 몰아 사형수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분은 언제나 당당했다. 악령들의 요란하고 위협적인 행동에도 편안하셨다. 온 몸을 뒤흔들고 거품을 흘리며 아이를 쓰러뜨리는 그것들의 위력에도 그분은 그 아이의 병세를 담담하게 물어보셨다. 시신에 손을 대셨고, 바리사이들이 보는 앞에서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시기 여러 번, 십자가 위의 극심한 고통 중에서도 동료 사형수에게 하늘나라를 약속하셨다. 그분에게 두려움과 어둠이란 조금도 없어 보였다. 참 멋지다.

 

그런데 그분은 적대자들을 피해 다니셨다. 도망치신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당신께 청하는 이들을 물리치지 않으시고 모두 고쳐주셨다(마태 12,15). 그분은 좋은 일을 멈추지 않으셨다. 그러고 보면 도망치신 것이 아니었다. 가르침 치유 구마가 당신의 사명의 본질이 아니었다. 그분은 더 중대한 사명, 더 큰 꿈을 갖고 계셨다.

 

그분이 그 꿈을 이루어가는 방식은 세상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조용히 이루어가셨다. 당신은 그 꿈을 그렇게 이루어가려고 하셨는데 사람들이 당신을 그런 계획을 도와주지 않았다. 그래서 치유 받은 이들에게 함구령을 내리셨을 것이다(마태 12,16). 예수님은 사람들을 잘 모르셨나보다. 어떻게 그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나? 작은 행운과 불행에도 온 동네에 떠들고 다니는 세상인데.

 

예수님은 불의한 세상에 하느님의 정의를 온 몸으로 보여주셨다. 그분은 멈추지 않으셨다. 죽음도 그것을 막지 못했다. 그분의 옳음은 너무 선명해서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논쟁이나 다툼도 필요치 않았다. 나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때로는 억지인 줄 알면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너무 다르다. 하느님의 정의는 당신의 약속을 지키신다는 뜻이다. 계약 당사자인 우리가 지키지 않아도 당신은 지키신다는 뜻이다. 부러진 갈대가 어떻게 되살아나고, 연기만 나는 심지에서 어떻게 불이 다시 살아나겠는가?(이사 42,3) 그런데 그것은 우리의 생각이고 하느님은 우리가 포기하지만 않으면 다시 살려내신다. 라자로도, 과부의 그 외아들도 그리고 당신 아드님도 되살려내지 않으셨나?

 

오늘은 어제보다 더 덥단다. 예보가 틀리기를 바라지만 그건 그저 바람 일뿐, 자연은 정해진 길로 간다. 그 안에 있어야 하는 우리는 힘들지만, 어쩌면 우리 자신도 모르는 능력이 우리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덥다고 불평해봐야 마음까지 더워져 더 힘들어진다. 이 더위를 목숨을 걸고 견디어야 하는 이들을 기억하고 서로 위로하면서 이 시간을 보낸다. 아무리 갈 길이 멀어도 그 길을, 그 끝을 알고 있으면 그 길을 갈 수 있다. 언젠가는 시원한 바람이 불게 되어 있다. 하느님은 약속을 꼭 지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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