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8월 1일(성 알폰소 리구오리)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사랑

8월 1일(성 알폰소 리구오리)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사랑

8월 1일, 오늘은 구속주회의 창립자 알폰소 리구오리 성인의 축일입니다. 알폰소 성인은 귀족 집안의 맏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귀족이기는 했지만 높은 계급의 귀족 집안은 아니어서 그의 아버지는 맏아들인 알폰소를 통해서 집안을 일으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성인은 가정교사를 통해서 최고의 교육을 받았고,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변호사는 그 당시 가장 좋은 직업군에 속했습니다. 성인은 의뢰받은 모든 사건들을 성실하게 준비하고 변호해서 언제나 승소했습니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패소했는데, 그것은 곧 변호사로서의 그의 마지막 일이 되었습니다. 성인은 다른 때처럼 그 사건도 성실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변호했지만, 그 재판의 판결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검은 거래가 있었던 것입니다. 순수한 청년 알폰소는 공정하고 정의로워야하는 법정,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기댈 수 유일한 곳, 그래서 신성한 법정에서 그런 일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법정을 떠났습니다. 그런 불의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귀족의 신분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고 사제가 되었습니다.

사제가 된 이후, 변호사 시절처럼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사제 직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과로로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의사의 권고대로 그는 쉬기 위해 시골지방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도 그는 하느님의 말씀을 설교하는 일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그곳 사람들도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가난한 양치기들을 만나고 그들이 구원의 말씀을 전혀 들어 본 적이 없음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시내에는 사제들이 넘쳐나서 귀족 집안을 위한 개인적인 사제로 일할 정도인데, 그곳은 완전히 버림받은 곳이었습니다. 그 충격은 그에게 새로운 삶의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거기서 다시 한 번 하느님의 부르심을 들었습니다. 가장 소외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수도회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니 그런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 수도회가 저와 전 세계 다른 5천여 명의 형제들이 속해 있는 구속주회, 지극히 거룩한 구속주의 수도회입니다.

성인은 그 이후로 여전히 성실하게 열정적으로 일하셨습니다. 한 교구의 주교가 되어달라는 교황님의 요청을 거절하는 편지를 쓰면서 그러느라 1시간이나 낭비했다고 속상해 했습니다. 그래도 결국은 주교서품을 받아 한 교구의 교구장으로 일했습니다. 이미 건강도 좋지 않았지만 거기서도 성인은 가난한 이웃들을 돌보고, 교구 사제들을 위해서 헌신했습니다. 은퇴하고 성인은 자신의 수도회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성인은 자신의 수도회와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을 사랑했습니다. 성인은 자신과 수도회 동료들이 하는 일은 구속주이신 예수님이 하셨던 일들을 이어가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습니다(마태 9,35).” 예수님의 삶은 곧 하느님의 뜻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연민과 사랑 안에 있습니다. 예수님도 당신께 다가 온 이들에게 가엾은 마음을 가지셨습니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고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입니다(마태 9,36). 그런 사람들은 거기뿐만 아니라 세상 곳곳에 있는데 당신 혼자서는 모든 곳을 다 찾아갈 수 없으니 “열두 제자를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어, 그것들을 쫓아내고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게 하셨습니다(마태 10,1).” 그리고 알폰소 성인과 저희들이 바로 그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알폰소 성인은 실패를 통해서 세상을 알았고 동시에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소외받은 가장 작은이들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하느님의 부르심을 들었습니다. 성인이 귀족을 상징하는 검을 성모님께 봉헌하고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그리고 가난한 양치기들의 현실을 직접 목격하고 작은 동굴에서 기도하며 수도회를 세우기로 결심했을 때,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세상을 떠나고 가장 소외된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는 수도회를 세우라는 하느님의 말씀에 어떤 마음으로 응답했을까요? 그것은 아마 사랑하는 마음이었을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뜻이라는 엄위와는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예수님은 하느님이 세상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우리에게 알려주시려고 오셨음을 기억한다면 오히려 그것은 가장 잘 어울립니다. 특별히 아무도 돌보지 않는 양치기들에 대한 깊은 연민은 하느님의 사랑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그것은 곧 시달리고 기가 꺾인 군중을 보시고 들었던 가엾은 마음, 예수님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이었습니다. 거기서 알폰소 성인은 하느님의 뜻을 발견했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들었습니다. 성인에게 하느님의 뜻은 곧 하느님의 사랑이었습니다. 평생 그것에 따라서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가 거룩해지기기를 바라시며 세상 곳곳에 사는 당신의 자녀들을 부르십니다. 모두가 수도자가 되기를 바라실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자녀들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뜻과 사랑을 알기를 바라십니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입니다. 꼭 빈민촌과 같은 특별한 곳을 찾아가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삶의 자리에서 약한 이들, 소외된 이들,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들을 보고 연민의 마음이 생기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 마음에서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고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소한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들만이라도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그분의 뜻을 따라 실천해서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드려야 하겠습니다. 성 알폰소여, 연민을 통하여 저희 안에서 들리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실천할 수 있도록,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