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8월 3일 더위를 통해서 하시는 말씀

8월 3일 더위를 통해서 하시는 말씀

참 덥다. 몸과 마음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컴퓨터가 이상한 짓을 하고, 소화는 잘 안 되고, 자꾸 잊어버리고, 엉뚱한 실수를 한다. 고통은 지혜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서로 자신의 피서비법을 나누어준다. 고맙지만 큰 도움은 안 된다. 에어컨만이 그 답인 것 같다. 하지만 에어컨을 켜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전기료 걱정도 있지만, 선풍기와 부채밖에는 다른 냉방기계가 없는 가난한 이웃들이 떠오르고, 에어컨은 내 공간의 열기를 뽑아 밖으로 내보내 이웃에게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다. 이 더위가 물러가기를 조용히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에어컨 실외기가 열기를 내뿜어 행인과 이웃에게 고통을 주는 것처럼, 나의 불평과 불만, 험담을 비롯한 모든 부정적인 이야기들은 이웃을 더럽히고 더 덥게 한다. 에어컨은 내 공간을 시원하게 해주지만, 나의 불평과 험담은 나도 더러워지고 더 더워진다.

그런 줄 안다고 저절로 인내심이 생기지는 않는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듯이, 그러한 결심에는 동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미안함이고 자연에 대한 사랑이며 이 모든 것 위에 하느님의 기쁨이다. 사방에서 돌아가는 실외기의 열풍과 소음 앞에서 이런 마음과 실천이 보잘 것 없고 실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못해 무의미해 보여도, 나의 하느님은 나의 작은 사랑을 크게 받아주시리라 믿는다.

하느님은 예언자들을 포함해서 온갖 방법으로 우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런데 사람들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았고, 예수님의 말씀도 듣지 않았다. 그분의 말씀은 반드시 그대로 이루어지니 그 말씀을 듣고 믿었더라면 이스라엘 민족은 노예생활이라는 치욕적인 사건을 겪기 않았을 것이다. 하느님은 그때처럼 오늘도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이 더위를 통해서도 무슨 말씀을 하신다. 예수님을 믿었던 사람들은 기적을 선물로 받았으니, 지금 하시는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도 그들처럼 좋은 선물을 받을 것이다. 귀를 기울여보자,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