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월 4일(첫 토요신심) 종

이종훈

8월 4일(첫 토요신심) 종

 

남자임을 원망하지 않지만, 요즘은 조금씩 아쉬움이 생긴다. 세상살이에는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이 훨씬 더 필요한 것 같아서이다. 거기에 하나 더, 생명을 잉태하고 자신의 몸에서 자라 세상에 내놓고 자신 몸에서 나오는 젖으로 그를 먹여 키우는 일은 여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를 두고 동물이 된 것 같다고 우울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수도자가 성인이 될 만큼 거룩하게 살아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우리는 동물이다.

 

모든 아버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어렵고 힘겨운 일이 생기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머니는 나의 종 같았다. 엄마 밥! 하면 밥이 준비되고, 옷은 벗어 놓기만 하면 그것은 비누냄새와 함께 서랍장에 다시 돌아왔다. 그분의 존재는 기억할 때마다 코끝을 뜨겁게 한다. 언제나 감사하고 죄송스럽다. 그래서 세상살이에는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더 필요한 것 같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어머니시다. 이는 곧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음을 의미한다. 예수님이 언제부터 당신이 요셉의 아들이 아니라 하느님이 아들임을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탯줄을 끊자마자 아시지는 못했을 거다. 그분도 나처럼 어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아마 열두 살 전후로 당신의 신원에 대해서 알게 되신 것 같지만 그분은 부모님에게 순종하셨고, 그 사이에 지혜도 자라고 하느님의 사랑도 커갔다(루카 2,49-52).

 

태어나 부모가 됨, 특히 어머니가 됨은 정말 큰 사건이다. 그의 인생은 그 이전과 그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될 것 같다. 한 생명에 자신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이렇게 단단하게 박아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그분이 떠나 생긴 커다란 구멍을 성모님이 채워주신다. 그분은 하느님을 품고 낳아 키우셨다. 말씀만으로 그리고 기꺼운 순종만으로 하느님을 낳으셨다. 그분은 당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모든 이들 안에 잉태된 하느님의 말씀을 사람이 되게 하실 것이다. 예수님이 그분에게 순종하며 하느님의 지혜와 사랑이 자랐듯이 내 안에서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내 어머니는 나의 종이셨는데, 성모님도 그래주실까? 오늘도 필요한 것이 있고, 짜증나는 일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일이 있는데, 말하면 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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