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8월 31일 나의 하느님

이종훈

8월 31일 나의 하느님

 

예수님은 하느님이셨다. 그런데 권력자들은 그분을 사형수로 만들어 십자가 위에 매달아 살해했다. 그들이 아는 하느님이 아니었나보다. 아니 그들이 바랐던 하느님과 많이 달라서 그랬겠지. 야망도 비전도 없이 자기 자신도 변호할 힘도 없어 권력자들에게 처형당한 이를 어떻게 나의 하느님, 우리 하느님이라고 고백할 수 있었겠나? 세상물정 모르고 외치는 순수 소년 같은 이를 믿고 자신의 삶을 맡길 수는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분이 하느님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분의 억울한 죽음을 슬퍼하고 그것을 막지 못한 비겁한 자신을 자책하며 괴로워했을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감명을 받고 그분에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다. 그분 옆에서 그분을 따라다니던 이들을 모두 그분을 홀로 남겨두고 도망갔지만 그들은 멀리서라도 그분의 죽음을 슬퍼하며 가슴을 쳤다.

 

세상을 뒤집어 바꿀만한 힘은 없어보였지만 그분은 그들에게 참 좋은 분이셨다. 집에 모셔 밥 한 끼 대접해드리고 싶고 자주 뵐 수 있기를 바라는 그런 분이셨다. 강도를 맞아 매우 딱한 처지에 놓인 이를 마치 자신의 일처럼 그러나 요란하지 않게 도와줬던 착한 사마리아 사람 같은 분이셨다(루카 10,29-37). 설령 그분이 정말 죄인이었어도 그들에게는 여전히 은인이었다. 참으로 좋은 이웃이었다.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1코린 1,24-25).” 십자가에 달려계신 주님에게서 지혜와 힘을 얻지 못함은 내가 바라는 하느님이 진짜 하느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순수소년으로 살 수 없고, 그렇다고 세속에 찌들어 살기는 더욱 싫다. 그 둘 사이 좁은 길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걸어가기 위해 오늘도 등불을 밝힌다(마태 25,4). 그래야 주님께서 나를 찾아오시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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