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2일(연중 22주일) 알몸이 두렵지 않는 날이기를

이종훈

9월 2일(연중 22주일) 알몸이 두렵지 않는 날이기를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자신의 숨은 욕망을 들키는 것입니다. 젊었을 때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 과해서 속내를 다 드러내서 다툰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 날 드라마 다시보기를 하듯 어제 했던 행동들이 생각나 후회하며 괴로웠습니다. 술이 자신의 통제장치를 풀어버려 그 안에 담아두었던 것들이 그대로 또는 과장되게 드러난 것입니다. 예의, 신분, 규칙 등으로 우리의 욕구와 욕망은 통제되고 조절됩니다. 이성(理性)이 힘을 잃으면 그것의 통제를 받던 무질서한 것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와서 나와 너를 더럽힙니다. 자신 안에 언제 어떻게 그런 욕구와 욕망들이 자리를 잡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수도복을 입고, 제의를 입고, 강론대에서, 고해실에서, 편지와 글로써 온갖 거룩한 말을 쏟아내지만 거룩한 옷들을 입고 거룩한 말들을 쏟아내는 이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죄인입니다. 무질서한 욕망들을 지니고 매일 그것들의 달콤한 충동질을 느끼는 불쌍한 죄인입니다. 지나친 걱정 같지만 오래 살아 치매에 걸려 그런 무질서한 욕망들이 밖으로 다 튀어나올까 걱정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 걸 보면 이제 장수는 더 이상 축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예수님도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내 말을 듣고 깨달아라.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마르 7,14-15.21-23).” 세상을 어지럽히고 더럽히는 것들은 밖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안에 있습니다.

 

“누가 주님의 산에 오를 수 있으랴? 누가 그분의 거룩한 곳에 설 수 있으랴? 손이 깨끗하고 마음이 결백한 이 옳지 않은 것에 정신을 쏟지 않는 이 거짓으로 맹세하지 않는 이라네(시편 24,3-4).” 시편작가는 어떤 사람들이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례가 곧 하늘나라 시민권이 아니고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음이 그 시민권 취득을 보장하지 않음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도 열 처녀의 비유, 탈렌트의 비유, 최후의 심판 이야기를 통해서 당신을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모른다고 하시며 면박을 주실 수 있다고 경고하셨습니다(마태 25장). 그렇습니다, 그 시민권은 주님의 계명을 지키는 이들에게 주어집니다. 주님의 계명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마지막 날까지 한 자 한 획도 바뀌지 않습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며 세속에 물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에게 잘못 산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는 세상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지키려 하는 보편법 그래서 하늘에서 내려 온 법입니다. 야고보 사도는 그것을 이렇게 편지로 남겼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안에 심어진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이십시오. 그 말씀에는 여러분의 영혼을 구원할 힘이 있습니다.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 깨끗하고 흠 없는 신심은, 어려움을 겪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아 주고,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것입니다(야고 1,21-22.27).”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예수님이 심하게 꾸짖으셨던 것은 그들이 겉으로만 거룩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수도복과 제의 그리고 입만 거룩한 수도자들과 같았습니다. 그들의 모든 수행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들이었습니다(마태 23,5). 하느님은 겉뿐만 아니라 속도 만드셨고(루카 11,40), 겉모양이 아니라 마음을 보시는 분(1사무 16,7)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목욕으로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없습니다. 철야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직 사랑을 실천하는 길뿐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자신을 속이는 위선자가 됩니다(야고 1,22). 그들은 세상 사람들을 다 속일 수 있어도 마지막 날 하느님은 속일 수 없습니다. 그 분 앞에서는 모두가 알몸이기 때문입니다. 그날 자신이 알몸인 것이 두렵지 않도록 들은 대로 그리고 배운 대로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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