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11일 내 마음을 차지한 바보들

이종훈

9월 11일 내 마음을 차지한 바보들

 

온 백성이 큰 무리를 이루어 예수님께 왔는데,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도 듣고 질병도 고치려고 온 사람들이었다. 그리하여 더러운 영들에게 시달리는 이들도 낫게 되었다(루카 6,17-18)고 복음서는 전한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사제들의 힘없는 강론을 불평하고 성직자들의 추문에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반면에 좋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픈 사람은 병원에 가고 마음의 병이 생긴 사람은 좋은 프로그램이나 상담소를 찾는다. 그러면 교회는 더 이상 구원의 보편적인 성사가 아닌가?

 

 

예수님은 밤새워 기도하신 후에 여러 제자들 중에 열둘을 가려내어 사도라고 부르시어(루카 6,12-13) 당신 더 가까이 두셨다. 그런데 그들은 좋은 말씀, 치유, 구마 어떤 것도 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들이 예수님 제자라고 그런 것들을 기대했을 테지만 그렇지 못했다(루카 9,40). 그 이유는 그들은 믿음이 약하고(마태 17,20) 또 기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마르 9,29). 예수님과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다고 해서 그런 능력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군중은 모두 예수님께 손을 대려고 애를 썼다. 그분에게서 힘이 나와 모든 사람을 고쳐 주었기 때문이다(루카 6,19).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씀과 치유 구마의 능력은 말재주나 손재주가 아니다. 그것은 예수님에게서 나온다. 그것은 진실과 진심에서 나오는 사랑의 말 눈빛 행동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그것만큼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세상은 진실을 두려워하고 진심은 가벼이 여기며 사랑을 영화나 드라마 속에 가두어버린다.

 

 

진실 진심 사랑을 검증하는 좋은 방법은 고통이다. 오래전 출소한 이들 쉼터에서 며칠 지낸 적이 있다. 그곳은 도시근교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다. 그곳을 운영하는 분의 말 두 가지가 아직 가슴에 남아 있다. ‘농사일은 힘든데도 이렇게 하는 것은 하늘이 내게 준 일이기 때문입니다.’ ‘출소자들과 지내면서 가장 힘든 일은 알면서도 그들에게 속아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많이 닮았다. 그분은 예수님과 가까운 분이셨던 것 같다. 예수님은 당신이 겪으실 일을 아시면서도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서 그 길을 가셨고, 제자들의 고백이 참되지 못함을 아시면서도 그들을 사랑하셨다. 오늘 어제 한 결심을 또 하지만 예수님은 마치 처음 들으시는 고백처럼 듣고 어리석게도 또 나를 믿으신다. 이 바보사랑 때문에 나는 산다. 이 바보사랑이 사람을 살리고 그들 마음에 영원히 남는다. 보라, 마음 속 가장 귀한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바로 그 바보 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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