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30일(연중 26주일) 열린 교회

이종훈

9월 30일(연중 26주일) 열린 교회

 

초등학교 5학년 때쯤으로 기억하는데, 제 짝은 아주 착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개신교 신자였습니다. 어느 날 천주교와 개신교의 차이, 우수성, 원조 등을 서로 주장하다가 말다툼이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뭘 잘 몰랐을 때라고 하지만 지금 어른들이 그러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세상은 예수님을 그리스도교 창시자라고 말하지만 예수님은 종교가 아니라 사람들을 불러 교육 훈련시켜 당신의 제자로 만드셨습니다. 제자들이 깨우쳐야 할 과제는 사랑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방인에게도 은혜를 베푸셨고 더 나아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가르치셨고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간디는 어느 날 세상의 종교들을 보면서 미워하는 종교는 충분히 많지만 사랑하는 종교는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서로 사랑하고 포용해야 할 종교들이 서로 미워하고 배타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한 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어떤 건물도 예식도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고 말씀하셨을 따름입니다. 물론 제자들이 함께 모이는 장소도 필요하고, 예수님 말씀을 기억하고 몸과 피를 나누는 예식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제자들의 실천해야 할 것들의 전부가 아닙니다. 교회 울타리 안 제자가 아닙니다.

 

 

예수님은 보편적인 사랑을 펼치셨습니다. 당신의 우리 안에 있지 않은 양들도 데려와야 하셨고(요한 10,16), 당신과 함께 다니지 않는 이들이 당신의 이름으로 기적을 행하는 것을 그대로 두라고 하셨습니다(마르 9,38-40). 예수님은 이론가나 종교의 창시자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하느님은 진리 선 아름다움의 근원이십니다. 그래서 참되고 선하게 살아 아름다운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 안에서 만납니다. 혹시 그들이 예수님의 삶을 들었다면 그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세례를 받고 교회라는 조직에는 들고 싶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예수님을 사랑하게 된 이들은 그 조직에 많이 실망할 것 같습니다. 간디가 예수님은 좋아했지만 그분의 계명을 실천하지 않는 교회는 좋아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배타적으로 대해야 하는 것은 딱 한 가지 죄입니다. 예수님은 남을 죄짓게 만드는 것보다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고, 손과 발과 눈이 죄를 짓게 하거든 그것을 자르고 빼버리라고 하셨습니다(마르 9,42-47). 인자하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온 말씀이라고 믿기 어려운 섬뜩한 말씀입니다. 죄에 대해서는 그만큼 단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자들의 모임인 교회도 죄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 모든 죄인에게 열려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이 이방인까지 포함해서 당신께 청하는 모든 가난한 이들을 받아들이셨고 죄인들의 친구가 되어주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교회는 2천 년 전의 그 잘못을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하느님을 교회 밖으로 몰아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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