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6일 철부지들의 행복

이종훈

10월 6일 철부지들의 행복

 

“그때에 예수님께서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며 말씀하셨다(루카 10,21).” 네 복음서 중 예수님께서 즐거워하셨다는 내용은 여기뿐이라고 한다. 일흔두 제자들이 선교지에서 체험했던 것들을 나누면서 예수님은 기뻐하셨다. 그것은 그들이 이룬 업적 때문이 아니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루카 10,21).”

 

  

누가 봐도 예수님의 인생은 실패고 비극이었다. 인생을 바쳐 하느님 나라를 전하셨지만 제자들도 이해하지 못했고 더욱이 누명을 쓰고 십자가 위에서 처형되셨다. 그런데 예수님은 끝이 그리 될 것을 알고 계셨다. 그분이 미래를 내다보는 신통력을 지니셨기 때문이 아니라 그분의 파격적인 언행이 권력자들과 사회의 통념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보였는데 그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분은 그걸 아시면서도 물러서지 않으셨다. 마치 그것이 운명인 것처럼,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없는 어떤 것을 똑바로 바라보고 계신 것처럼.

 

  

오늘날 이렇게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생겨났는데 예수님의 인생은 실패고 비극이었다고 평가할 사람은 없을 거다. 그분만이 보셨던 그것이 허상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후대에 수많은 추종자들이 생겼다 해도 자신의 인생이 비극이라고 여겼다면 그분의 인생은 실패다. 그분은 그 길을 확신했다. 비록 사는 게 고달프지만 행복하셨던 것이다.

 

  

예수님의 추종자들이 수억 명에 이르지만 그들 모두가 예수님의 참된 제자라고 말할 수 없다. 철부지들만 보는 그것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보는 것은 아니다. 세례를 받지 않았다고 그것을 볼 수 없는 것 또한 아니다. 세상은 그의 겉모습과 이뤄낸 성과들만 보고 평가하기 때문에 그 평가가 그의 인생의 행복 혹은 불행과 일치할 수 없다. 행복은 내면적이고 또 주관적이다. 따라서 나의 삶이 악했다고 평가받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 같은 마음으로 예수님의 기쁨이 나의 기쁨으로 삼으면 나는 행복하다. 이 이상 뭐가 더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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