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14일(연중 28주일) 가난한 영혼

이종훈

10월 14(연중 28주일가난한 영혼

 

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으며 반듯하게 성장했습니다가정과 학교에서 배운 대로 착하게 살았습니다아침저녁기도도 빼먹지 않았고 부모님을 공경하며 선행에도 게으르지 않았습니다그의 그런 삶에는 부족한 것이 없어보였습니다그 자신도 그렇게 생활할 수 있음에 하느님께 감사했습니다그런데 이런 그의 생활이 좋기는 한데 언제부턴가 마음 안에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사소한 죄도 짓지 않으려고 하고기도도 더 많이 하고선행을 좀 더 해도 그 부분이 도무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마침내 그는 그 부분은 자신이 지니고 있지 않은 다른 어떤 것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소문을 들었고 그분께 달려가 무릎을 꿇고 물었습니다. “선하신 스승님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마르 10,17)?” 하고 물었다그렇습니다채워지지 않는 그 부분을 채우면 영원히 살 것이라고 믿었습니다예수님은 그의 옷차림새나 예의 그리고 특히 그가 당신께 한 그 질문으로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셨을 겁니다계명들을 충실히 지켜왔기 때문에 그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그러니 그런 그가 당신께는 참 사랑스럽게 보였을 겁니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예수님의 주문은 절망적이었습니다모든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빈 주머니로 당신과 함께 떠나자는 것이었습니다(마르 10,21).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빈 구석은 그렇게 해서만 채워질 수 있었습니다그토록 원했지만 예수님의 그 권고는 따를 수 없었습니다너무 많이 가졌고너무 열심히 살았고아마 자신과 자신의 삶을 너무 사랑했나봅니다.

 

사람들은 재물이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믿었지만 예수님은 반대로 빈털터리로 사셨습니다가난해진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께 완전히 종속되셨고제자들도 당신처럼 되기를 바라셨습니다그래서 여기에서부터 하늘나라의 시민이 되기를 바라셨던 것 같습니다착실하고 반듯한 그 사람은 열심히 살아왔고그래서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그 갈증은 오직 포기와 추종만으로 해소될 수 있습니다재물에 대한 소유욕에서부터 자신이 이룬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자아실현 욕구까지 모두 포기할 때 비로소 그는 하느님께 완전히 종속될 수 있습니다그리고 그가 포기한 것들에 백배의 보상받고 마침내 영원한 생명하느님을 소유하게 됩니다(마르 10,29-30).

 

시간이 정말 빨리 갑니다권력과 재물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갑니다우리 모두가 방랑자처럼 살아서는 안 되겠지만 나의 모든 선행과 자선연민과 인내기도와 봉사가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겠다는 지향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예수님이 지니고 사셨던 그 마음을 전해 받게 될 것입니다하늘나라가 곧 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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