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30일 나의 몫

이종훈

10월 30일 나의 몫

 

내 삶의 경험 폭이 너무 좁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종교적인 측면을 제외한 대부분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간접 경험들로 채워져 있다. 나도 사제이지만 다른 사제들의 강의나 설교를 들으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마음에 와 닿지 않을 때가 많다. 나와 그들의 삶이 실제 세상살이 속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 일거다.

 

예수님을 한 종교의 창시자라고 하지만 그분의 삶을 종교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오히려 세상 속으로 깊이 들어가셨다. 세상사는 이야기를 통해서 하느님 나라를 전해주셨다. 농부의 일, 주부의 일, 목동의 일, 정치적인 사건까지도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는 좋은 소재가 되었다.

 

사람들을 사랑하셨으니 그들의 삶에 관심이 많으셨음은 당연하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해서 돈을 벌고 밥을 먹고 사는지, 그 일을 하며 겪는 고충은 무엇인지 등 잘 아셨다. 이야기를 하는데 약간의 뻥도 섞으셨다. 겨자씨 아무리 커봐야 풀이고, 밀가루 반죽 서 말에 누룩을 넣어 부풀리면 주부의 손으로 그걸 어떻게 다룰 수 있었겠나? 그 만큼 하느님의 말씀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실 것이라고 과장하셨을 것이다. 내가 설교할 때 나의 작은 경험을 각색하는 것처럼 말이다.

 

더 많은 삶을 경험하기 위해서 수도원 밖에서 살 수는 없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해야 넉넉해지겠나? 우주정거장까지 따라가 볼 수는 없지 않나? 겨자씨가 아무리 작아도 그 안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고, 누룩이 볼품은 없어도 숙성되지 않은 밀가루반죽으로 만든 빵이 무슨 맛이 있겠나? 좋은 씨가 맛있는 열매를 맺고, 좋은 누룩이 깊은 맛을 내는 막걸리를 만든다. 삶의 외연을 충분히 넓힐 수는 없어도 이웃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놓은 겨자씨와 누룩이 온전하게 잘 전해줄 수는 있다. 나는 이렇게 모든 세상살이의 작은 한 부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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