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6일 초대장

이종훈

11월 6일 초대장

 

잔치는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수고스러움이지만 초대받은 사람에게는 즐거운 시간이다. 초대받은 사람은 좋은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며 좋은 대접을 받는다. 하늘나라는 큰 잔칫집에 비유된다. 큰 부자인 하느님이 베푸시는 잔치이니 하늘나라의 기쁨과 풍요로움은 세상 어떤 것과도 비길 수 없을 것이고, 게다가 나중에 답례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잘 먹고 즐기며 고마운 마음만 가지면 된다.

 

그 잔치의 주인은 모든 사람을 초대했고 그들 모두가 오기를 바란다. 세례는 확실한 초대장이라서 그리스도인을 하느님께 초대받은 사람으로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 실제 삶은 이 교리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직장을 구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일해야 한다. 재산관리도 해야 하고 가족도 돌봐야 한다. 이런 일들에 빠져 있으면 초대장을 받은 것조차 잊어버린다. 성직자 수도자들도 그 모습을 달라도 그것들과 본질적으로 같은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슬픈 일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철부지 어린이들 같은 사람들의 것이라고(루카 10,21; 18,16) 하셨다.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고 성직자가 된 사람들이 그렇게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음만은 그럴 수 있다. 사실 마음은 아직도 소녀이고 개구쟁이다. 우리는 그런 마음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대화한다. 기도할 때 하느님께 어른의 말투로 말씀드리지 않는다. 그분 앞에서는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어린이이다. 그분께 청하는 것들은 참으로 유치하지 않은가.

 

차고 넘치게 풍요로운 잔칫집의 초대를 받았음을 잊지 말자. 비록 하루하루 생활은 그런 잔치와는 거리가 멀어 보여도 마음만은 그것을 기억하자. 이생이 끝난 다음에야 받는 포상 같은 잔칫상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서 그리고 우리 안에서 시작된 잔치이다. 인생은 숙제가 아니라 축제란다. 해야 할 일, 관리해야 할 물건들, 보살펴야 할 사람들이 있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두 번, 일이 분이라도 그것들을 잠시 손에서 내려놓고 그 초대장을 꺼내보자. 그러면 어두워진 마음이 좀 밝아지고 움츠려든 어깨가 좀 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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