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3일(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믿음

이종훈

12월 3일(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믿음

 

양의(洋醫)는 증상을 듣고 온갖 검사와 사진으로 환부를 눈으로 확인한 후에 치료한다. 한의(韓醫)는 증상을 듣고 맥을 짚은 뒤에 치료한다. 명의(名醫) 혹은 신의(神醫)는 검사는 물론 맥도 짚을 필요가 없지만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증상을 물어보고 맥도 짚어준다고 한다.

 

예수님은 많은 병자를 치료하셨다. 예수님도 증상을 보고 묻고 침을 바르거나 만지기도 하고 기도도 하시며 치료해주셨다. 그런데 이 모든 치료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요구하셨던 것은 당신께 대한 전적인 믿음이었다. 환자가 할 수 없으면 그 보호자에게라도 그것을 요구하셨다. 그런 것을 보면 예수님의 치료행위도 환자와 보호자를 안심시켜주기 위한 것이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당신께는 그런 것들이 불필요했었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는 대로가 아니가 믿는 대로 산다. 이정표를 믿고 내비게이션의 지시를 따른다. 다리가 튼튼하고 천정이 무너지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그것들을 조사연구도 하지 않았으면서 그것을 따른다. 믿음은 그런 것이다. 완전한 믿음이란 그것을 따라도 될 아무런 이성적인 근거도 찾을 수 없는 것일지 모른다. 그래서 믿음은 밝음이 아니라 어두움이라고 말하나 보다.

 

자신의 종을 치유해달라고 예수님께 온 그 백인대장의 고백은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온다. 그는 이방인이어서 유대인들이 말하는 메시아를 몰랐고, 치유 행위는커녕 예수님을 그 종에게 모셔가지도 않았다. 그는 그분의 한 말씀, 마음 한 번 먹음으로 충분할 거라고 믿었다. 그는 군인이고 또 종을 부려봤기 때문에 명령이 무엇인지 잘 알았을 것이다. 명령과 복종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명령과 복종은 하나이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예수님은 그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그분은 그것을 증명하실 필요가 없지만 우리는 필요했다. 십자가 위에서 죄인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 신이라고 믿을 세상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믿는다. 그분의 행적은 얇은 책 몇 권에 쓰인 것이 전부이고 부활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믿는다. 그분이 마음만 바꾸시지 않으면 우리는 그분처럼 영원히 살 거라고 믿는다. 예수님은 신성을 감추시더니 이제는 성체 안에서 그 인성마저 감추셨다, 우리가 믿게 하시려고. 어쩌면 완전히 믿는 사람에게는 성체도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필요한 것은 그 이방인 군인의 고백뿐 일 거다.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마태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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