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12월 12일 짐 내려놓기

12월 12일 짐 내려놓기

숲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볍다. 그런데 짐을 져야한다. 그 짐들 안에는 필요한 것도 있지만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있다.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고, 산책이 아니라 주님의 산으로 오르는 등산이다.

이 여행길에 주님이 함께 해주신다고 믿는다. 그분은 말 그대로 나의 주인이며 이 여행을 초대하신 분이다. 복음서에는 하느님다운 예수님의 말씀이 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마태 7,7).”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마르 11,24).”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이 말씀이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이 긴 여행길에 필요한 것을 챙기지만 누구에게나 초행길이라 불필요한 것들도 짊어지게 된다. 불필요한 것들을 짊어지는 육체적인 수고스러움은 견딜만하지만 그런 마음의 짐은 정말 싫다. 그런데도 불필요한 마음의 짐들을 가려내지 못하고 때로는 알면서도 내려놓지 못하기도 한다. 잘 안 된다.

불필요한 짐을 가려 내려놓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명석함과 결단력보다는 주님께 대한 신뢰이다. 어린이와 같은 단순함이다. 그것을 배워야 한다. 먼저 그 길을 가신 주님께 배운다. 주님의 말씀을 따라 그분의 멍에를 메고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해지도록 노력한다. 그러면 내 짐도 가벼워지겠지.

인생은 비법과 묘수가 아니라 충실과 인내의 길이고 그것들은 주님께 대한 신뢰에서 생겨난다. “주님께 바라는 이들은 새 힘을 얻고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간다. 그들은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른다(이사 4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