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21일 참 좋으신 하느님

이종훈

12월 21일 참 좋으신 하느님

 

하느님은 나를 사랑하신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고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지만 부활하셨다는 것만큼이나 믿기 어려운 교리이다. 왜, 뭘 보시고 그러시나? 하느님이 사랑하시게 잘 살아야한다는 가르침일까? 그럴 리가 없다. 외아들까지 내어주시고 그분을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게 할 만큼 사랑하시는 분의 마음에 들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나?

 

죄인이기 때문에 사랑하시나? 이 또한 아닌 것 같다. 못된 짓을 일삼는 자를 누가 좋아하겠나? 그런데 구세주 예수님은 죄인들과 어울리셨다. 그렇다고 예수님이 그들을 좋아하셨던 것 같지는 않다. 반듯하게 살아 온 부자청년을 사랑스럽게 보셨고(마르 10,21), 당신과 수년 동안 동고동락한 제자들을 극진히 사랑하셨다(요한 13,1). 예수님이 죄인들과 어울리신 것은 그들을 좋아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을 불러 회개시키려하심이었다(루카 5,32). 하늘에서도 의인들 때문이 아니라 회개하는 죄인 하나 때문에 기뻐한다고 했다(루카 15,7).

 

그러면 나는 나를 사랑하나? 내가 내 죄를 알고 내 잘못이 늘 내 앞에 있는데(시편 51,5) 어떻게 이런 나를 사랑할 수 있겠나? 그런데도 하느님은 오늘도 나를 부르신다. 겨울도 끝나고 장마도 걷혀 밖에는 생명이 솟아나고 있으니 걱정 말고 나오라고 나를 부르신다. 바위틈에 숨어있고, 벼랑 속에 아슬아슬하게 있는 비둘기 같은 나를 부르신다(아가 2,10-14).

 

잘 해야 하고, 인정받고 사랑받아야 하고, 아무도 나를 해치지 못하는 안전한 곳을 찾으며, 뭐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라는 욕망에 시달리는 나를 부르신다. 그러지 않아도 괜찮고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그분은 나는 못 보는 나를 보시나보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정말일까?

 

사람들은 엘리사벳을 아이를 못 낳은 여인이라고 했지만 그는 아이를 가졌다. 그런 그가 아무런 태기도 느끼지 못할 사촌동생 마리아에게 알려준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임신이 확인돼서가 아니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느님은 회개할 필요 없는 의인이 아니라 회개해야 하는, 행복을 찾는 길을 바꾸어야 하는 죄인을 부르신다. 바위틈에 숨어있는 나를 부르신다. 심판과 단죄가 두렵고,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기 어렵고, 미래를 불안해하는 나를 부드럽게 부르신다. 다 괜찮으니 거기서 나오라고 꼬여내신다. 믿자. 참 좋으신 하느님을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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