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월 2일 당신은 누구요?

이종훈

1월 2일 당신은 누구요?

 

엊그제 국회운영위원회 생방송을 시청했다.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 그 이상은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권력을 쟁취 혹은 유지하려는 데에만 관심이 있어보였다. 진실은 없고 비난과 고성 등의 소음뿐이었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닌데 쓸데없는 기대를 한 내가 어리석었다.

 

세자요한은 예수님만큼이나 특별하고 카리스마적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예루살렘에서 사제와 레위인들이 먼 곳까지 와서 그를 조사했다(요한 1,19). ‘당신은 누구요?’라는 취지의 질문은 수차례 거듭했다. 그들이 후에 예수님께 한 행동을 보면 하느님의 때가 도래했는지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기득권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불안해했던 것 같다. 그들은 하느님의 율법을 팔아 권력과 재물을 쌓고 있었던 셈이다.

 

공문서나 신분과 직업을 적는 칸에 가톨릭 사제 혹은 종교인이라고 적는다. 사제는 높은 사람이 아닌데도 교회 안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그런 대우를 받곤 한다. 그런 자리를 피하려고 애쓰지만 그러면서 은근히 그런 것을 즐기고 있는 어리석은 마음을 만난다. 학문도 그래야하지만 종교는 더욱 철저히 진리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진리는 절대적이지만 그것이 곧 권력과 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역사 안에서는 그 반대인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진리를 바라면서도 그것 안에 있기를 주저하는가보다.

 

요한 세자는 광야에서 하느님이 주시는 옷만 입고 음식만 먹고 살았다. 반면 예수님은 세속에서 사셨다. 그분은 그래도 괜찮으셨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세속적인 삶에 매우 익숙해서 나도 그 국회의원들과 예루살렘에서 내려 온 그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예수님은 진리 자체이셨기에 세속에서 사셔야 했겠지만 나는 그분과 더 가까이 있으려면 세속을 떠나야 한다. 수도자들이 세속을 떠나는 건 그것이 악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이고 진리 안에 더 가까이 있기 위해서이다.

 

‘당신의 직업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삽니까?’ 나는 종교인이다. 진리에 더욱 가까이 있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 혹은 나의 안위를 위해서 기도하고 일하지 않는다. 하느님이 주시는 것만으로 살아야한다. 그래서 나의 생활은 더 단순하고 소박해져야 한다. 나의 이런 삶이 이웃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지만 최소한 하느님이 살아 계심과 인생의 목적은 하느님임을 증언하는 작은 목소리 정도는 되기를 바란다, 죽는 그날까지. 오늘은 내 생일이고 영명축일이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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