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22일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이종훈

3월 22일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사람이 가장 견디기 힘든 감정이 억울함이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사소한 사건일지라도 그것으로 생긴 억울함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내가 그런 거 아냐!’ ‘나는 잘못이 없어’라고 외치며 온 힘을 다해 모든 것을 바로잡으려고 한다.

 

모든 것을 바로잡는 데 때론 긴 시간이 걸리고 법정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지도 못하고 또 주장해도 세상이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설령 진실이 밝혀졌어도 그들이 받은 상처가 치유 받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없고 그들의 상처 입은 마음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그 위로의 주체가 교회면 더욱 좋겠고.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다 빌라도에게 사형선고를 받으시고, 알몸으로 수치스럽게 대중 앞에 사형수로 십자가형을 받고 계신 예수님의 마음, 그 억울함에 앞에 섰다. 하지만 그 억울함의 문을 감히 열어볼 용기는 없었다. 나의 머리와 마음은 그 억울함을 공유할 수 없고 내 언어는 그것을 표현할 수 없다. 예수님은 정말 억울하게 돌아가셨다.

 

설명도 표현도 할 수 없는데, 그 억울함을 견디셨던 힘이 사랑이고 그분이 하느님이시라고 믿는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강제징용 피해자, 감정노동자들 그들 가운데에 예수님이 계신다. 위안부피해 할머니와 알바생의 억울함을 비교함이 그 할머니들에 또 다른 모욕일 것 같지만, 자신의 억울함도 더 큰 억울함은 없지 않을까? 그래서 예수님도 그들과 함께 계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에게는 잘못이 없고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다. 야곱(이스라엘)이 다른 아들들보다 요셉을 더 사랑한 것이지 요셉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창세 37,3). 예수님은 진실과 진리를 말씀하셨고 좋은 일만 하셨고, 하느님의 아들이시니 하느님이라고 신분을 밝히셨는데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사람들이 있었다. 세상 모든 억울한 사람들이 예수님과 자신과 함께 계심을 알고 위로받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바람 못지않게 내가 이웃을 억울하게 하는 그 세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예수님, 늘 깨어 있겠습니다. 세상 속에서 나고 자랐으니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세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게 엄마가 되어주시듯 억울한 상처로 아파하는 이들에게도 엄마가 되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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