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15일 하느님 사랑

이종훈

4월 15일 하느님 사랑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과 진실을 덮으려는 자들이 있다. 정의로운 세상을 바라는 이들과 부정해도 자신의 배만 불리는 자들이 있다. 진실과 정의의 편에 선 이들이 훨씬 작고 약해보여도 그들은 쉬지 않고 외친다. 우리의 힘겨운 외침 안에는 약하고 억울한 이들 편에서 서서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 줄 영웅을 바라는 마음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이스라엘이 기대하던 메시아 그리스도가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그런 바람을 지닌 사람들에게 예수님이 바로 그분이실 것이라고 믿음은 당연했다. 병자들을 치유하시고 어떤 주술도 없이 호통 하나로 악령들을 내쫓으시고 더욱이 죽은 지 나흘이라 된 사람도 되살려내셨으니 말이다.

 

파스카 축제 즈음에 죽었다가 되살아난 라자로의 집에서 예수님을 위한 잔치가 베풀어졌다(요한 12,2). 고마움과 메시아에 대한 기대가 절정에 달한 잔치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죽음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워졌다. 그들은 예수님뿐만 아니라 라자라도 죽이기로 결의하였다(요한 12,10). 사람들은 기쁨과 기대로 한껏 들떠있었지만 예수님은 당신이 당하실 일을 잘 알고 계셨다. 라자로... 그는 어땠을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그는 다시 돌아 와 마주한 세상을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었을까? 성경에는 그의 소감이나 마음이 한 줄도 나오지를 않는다. 예수님의 마음만큼이나 정말로 궁금한데 말이다.

 

그런 중에 생뚱맞게 마리아가 값비싼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부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닦아드렸다. 기름을 머리에 붓는 특별한 예식은 있었지만 발에 붓고 게다가 보기 민망하게 머리카락으로 닦아드렸다. 오빠를 되살리신 예수님을 위해서 그 집안사람들이 못할 것이 무엇이었을까? 언니 마르타는 여전히 분주하게 손님들 시중을 들면서, 그리고 동생 마리아는 그렇게 예수님께 대한 지극한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했다. 그 향유가 그분의 시신을 닦는 데 쓰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반면에 예수님은 예상하셨다.

 

진실, 정의, 사랑,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이들에게는 도전과 박해가 필연적으로 예고되어 있는 것 같다. 예수님이 그런 끔찍한 형벌을 받을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셨다. 오히려 좋은 일만 하셨는데도 예수님은 고마움과 사랑의 보답이 아닌 모욕과 수난을 순순히 받아들이셨다. 지도자들도 두려워했던 그분의 이 침묵은 라자로의 침묵과 함께 우리에게 무엇인가 말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마리아의 그런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고 민망하게 보였고 또 유다와 같은 이들에게는 낭비라고 여겨졌지만(요한 12,5), 예수님은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셨다. 그녀는 아마 자신의 전 재산으로 그 향유를 구입했고 아낌없이 그분의 발에 부어 드려 닦아드렸을 것이다. 온 몸을 닦아드리고 싶었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 어떤 것보다 예수님을 사랑했다.

 

진실, 정의, 평화를 사랑하지만 그것들을 세상에 실현하기 참 어렵다. 아니 불가능해보여 낙담, 체념하게 된다. 예수님도 못하신 일을 내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이것이 박해와 폭력보다 더 큰 유혹이다. 폭력과 속임수에 똑같이 대응하고 싶은 마음도 그렇지만 낙담하고 체념하는 마음이 더 무서운 유혹이다. 작은 목소리지만 그 외침은 사라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가 못하면 다음 사람이 이어서 외칠 것이고, 여기에서 못 이루더라도 그렇게 외친 사람은 저기에서 보상을 받을 것이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런 유혹을 물리치게 하고, 여기서는 보이지 않는 세상을 바라게 한다.

 

예수님, 어두운 세상 안에서 살더라도 마음은 언제나 주님이 주신 밝은 세상을 향하고 그리워하게 하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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