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14일 믿음과 용서

이종훈

6월 14일 믿음과 용서

 

지난겨울 삐끗한 손가락 하나가 잘 낫지 않는다. 의사 선생님이 오래 갈 거라더니 정말 그렇다. 깁스를 하면 빨리 나을 것 같은데 그렇게 요란을 떨고 싶지는 않다. 회복될 때까지 가능한 그 손가락을 안 써야 하는데 평소에는 아프지 않으니 수십 년 쓰던 대로 자연스럽게 손가락에 힘을 주게 돼서 또 아프고 잘 안 낫는다.

 

죄란 그 아픈 손가락 같다. 평소에는 안 아프지만 사용하면 아픈 거. 사용하면 안 되는 데 자꾸 사용하게 되는 거.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그러거나 그렇게 돼버리는 거. 나의 죄로 하느님의 마음이 상처를 받으신다고 하지만 정말 다치는 건 나 자신이다. 후회, 부끄러움, 죄책감으로 괴롭고 마음이 온통 어두워진다. 사랑의 하느님 자리를 진노하는 하느님이 차지한다. 하느님은 다 용서하신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은 용서를 청할 면목이 없다고 느낀다. 교만이다.

 

간음하다 붙잡혀 온 그 여인에게도 예수님은 죄를 묻지 않으셨다. 이미 그는 그 현장에서 죽음과 같은 부끄러움과 실제로도 죽음의 냄새를 맡았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여인을 타이르셨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 8,11).” 예수님은 그 여인의 처지가 하도 딱해서, 죄의 노예로 사는 인류가 너무 불쌍해서 하느님은 아드님까지 내어 주셨다. 아니, 우리가 그것을 알고 믿으라고 그렇게 하셨다. 우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지 않으면 믿으려고 하지 않으니 말이다.

 

의지적으로 그것을 원해서 죄를 짓지 않는다. 그것이 나를 위로하고 안전하게 하고 평화롭게 해줄 것 같아서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언제나 경험하듯이 그것은 거짓이다. 기쁨은 그 때 그 순간뿐이다. 그 나머지는 모두 후회와 괴로움이다. 그게 죄가 내 안에서 하는 일이다. 그 기쁨은 절대 완성될 수 없다.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충만한 기쁨(요한 16,24),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영원한 기쁨(요한 16,22)은 오직 예수님을 사랑할 때뿐이다.

 

예수님, 다시 어제처럼 오늘도 또 주님께 용서를 청합니다. 그럴 자격은 물론 면목도 없지만 그것 말고는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길이 없고 주님 말고는 이 상처를 치유해주실 분이 없습니다.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는 죄인들의 피난처이시니 어머니 품에 숨습니다. 거기서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사랑을 느끼고 배우고 신뢰합니다. 무한한 은총의 보물이 만들어지는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저희를 어머니에게 맡기신 이유를 알겠습니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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