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8일(연중 23주일) 버림과 추종

이종훈

9월 8일(연중 23주일) 버림과 추종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33).” 주님의 가르침을 잘 듣고 그분을 모범으로 삼아 계명을 충실히 지키면 그분의 제자가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자기 소유를 남기지 않고 다 버려야 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면 예수님은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셨다. 십자가 위에서 죽기까지 순종하셨다.

 

주님의 가르침과 삶을 올바르게 배워 익히기 위해서 제일 먼저 자신의 소유를 버려야 한다. 버리지 않으면 제대로 배울 수 없고 제대로 배우지 못하니 깨달음도 없다. 자유와 평화도 없다. 그러면 무엇을 버리나? 자신의 믿음을 버린다. 하느님을 믿는다지만 말뿐이다. 마음 그리고 육체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과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믿고 실행한다. 그러니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도 같은 죄에서 말이다. 버림은 고사하고 변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겉으로 변하는 시늉이나 그렇게 보이기 바라는 것 같다. 아니면 수없이 시도했어도 잘 되지 않으니 언제부터인가 체념하고 포기했는지도 모르겠다.

 

내면 깊은 곳에서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 변화는 노력이 아니라 버림으로 이루어진다. 비록 무의식에 담겨 있어서 나의 육체에 배어 있는 습관은 어쩌지 못한다고 해도 내가 옳다고 믿는 것과 마땅히 그래야한다고 믿는 모든 것을 버린다. 그것은 내가 진정으로 바라고 얻고자 하는 것이 나의 꿈을 이룸이 아니라 나의 완성이고 우리의 평화이기 때문이다. 탑을 완성하고 전쟁하지 않고도 평화를 지키면 좋다(루카 14,28-32). 불완전한 인간성을 완성하고 모두 평화롭게 살 수 있다면 무엇이 더 필요하겠나?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시고 몸소 실천하여 증언하신 사랑이 진리이고 하느님처럼 영원히 사는 길이다. 그 길로 우리를 초대하시는 예수님은 자신을 버리고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당신 뒤를 따르라고 가르치셨다. 버림, 십자가를 짊, 추종 중에 중심은 십자가를 짊인 것 같다. 물려받은 것과 누군가 내 안에 새겨놓은 그 법칙들을 어떻게 단 번에 모두 내다 버릴 수 있겠나?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함을 방해하는 그것들을 잘 데리고 살아야 한다. 내 안에 새겨진 그 법칙들 혹은 그 목소리는 아마도 이 세상 삶이 끝나는 날에야 사라질 것 같다. 그 때까지 듣기 싫어도 듣고, 싫어도 같이 살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주님 뒤를 따른다.

 

예수님, 버림이 말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제 목숨을 건 결정일지 모릅니다. 비유적인 죽음이 아니라 실제로 죽기도 하는 결정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따지고 보면 어차피 때가 되면 사라지게 되어 있는 게 저의 이 육체입니다. 축복받은 삶은 장수가 아니라 하느님을 알고 그분의 뜻에 따라 사는 것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무엇이든지 예수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면 제 삶에서 포도주가 떨어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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