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쟁이의 외딴방

[김인순] 벳자타 연못

김인순

성안나 성당에서 나와 정원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오래된 연못 터가 있었다.

 

이곳이 바로 예수님께서 38년 동안 누워있던 병자를 치유하신 기적(요한 5,1-9)을 베푸신 벳자타 연못 터였다.

원래의 벳자타 못 터는 땅 밑에 있었다고 한다.

그럴 것이 원래는 빗물을 받는 저수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저수지의 규모가 점점 커져서 위, 아래 저수지로 나뉘게 되었다고 한다.

연못은 4개의 주랑이 모서리에 있고 5번째의 주랑이 연못을 둘로 나누어진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은 이 연못에 다섯 개의 주랑이 있다고 한 요한복음서의 말을 확인해준다.

이 연못 중의 하나는 성전의 제물로 바칠 양을 씻는 곳이었기 때문에 ‘양의 우물’이라고도 불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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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십자군들은 이 벳자타 연못 위에 예수님의 기적을 기억하는 작은 경당과 기념성전,

그리고 거대한 수도원을 지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아마도 여러 가지 유적들의 복합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해도 고풍스러운 기둥과 돌의 모형을 보면 벳자타 못은 멋지고 큰 연못이었을 것 같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이 벳자타 못가에 있던 눈먼 이, 다리 저는 이, 팔다리가 비틀어진 이 같은

많은 병자 중에서 38년간을 누워 지낸 병자가 예수님께 고침을 받았다.

예수님은 그의 무기력함 안에서 치유 받고자 하는 열망이 살아 있는 것을 보셨던 것이다.

나는 이 복음을 읽을 때마다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영적 게으름과

좋지 않은 습성을 떨치지 못하는 약한 의지를 지닌 내 모습을 보곤 했다.

그러면서 주님의 은총만이 나를 변화시켜 주심을 깨닫고 주님께 의지하며 다시 일어 설 수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이끼가 끼고 오래된 건물의 흔적을 내려다보니

그 옛날 넓은 주랑에 앉아 물에 몸을 담그려는 많은 병자와 가족들이 모여 있던 광경이 그려졌다.

 

커다란 주랑이 이어지던 이 연못은 현대식으로 하면 자선병원의 대기실 같은 풍경이 아니었을까.

이 천 년 전 사람을 고치는 의사 예수님은 마음을 고쳐 병자를 낫게 하시는 점에서 오늘의 의사와 달랐다.

오늘날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러한 영적 의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메마른 세상에서 상처받고 소외당하는 이들을 어루만져 마음을 치유해주는.

연못 유적지 아래로 내려가면 아직도 물이 고여 있고

예수님께서 30년 동안 누워있던 병자를 치유하신 주랑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번 순례지로 이동해야 하는 관계로 아래까지 내려 갈 시간이 없어

세월이 만들어낸 돌 벽의 운치와 이끼 낀 주랑의 흔적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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