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쟁이의 외딴방

[김인순] 델피 박물관

김인순

2월 14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아침 일찍 미사를 드렸다.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인 오늘은 발렌타인데이이기도 했다.

지금쯤 한국에서는 초콜렛 선물이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신부님은 미사 강론에서 사랑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 옛날 고대에 세상의 중심이라고 했던 이 델피에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본다.

복음을 위해 산다함은 사랑을 산다는 것. 이 불신의 세상에서 사랑은 가장 큰 화두이다.

우리는 사랑을 믿고 살라고 초대받았다.”

신부님의 간결한 강론 말씀으로 집을 떠난 지 열흘이 넘어가면서 조금씩 피곤이 쌓여가면서

자칫 놓치기 쉬운 배려와 이해의 마음을 다시 추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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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라 그런지 호텔에는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

말이 없고 점잖은 지배인은 어제 저녁처럼 아침에도 우리를 위해 식당에서 봉사해주셨는데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친절과 환대가 몸에 배어 있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파르나소스 산으로 가기 위해 차를 탔다.

어제저녁 노을이 그리도 아름답더니 아침의 햇빛이 아주 화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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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피 신전 터로 가기 전에 먼저 델피에서 출토된 유물이 보관되어있는 박물관에 들렀다.

1902년에 지어진 이 박물관에는 델피에서 발굴된 유물들과 발굴 당시의 현장사진,

그리고 델피의 원형을 재현한 모형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11개의 전시실에 고대 그리스부터 로마 시대까지의 다양한 유물이 있었다.

청동제품, 동상, 수많은 조각, 아테네의 봉헌물 창고의 벽면에 있던 메토프라 불리는 조각

등 고대 그리스의 문화를 알 수 있는 훌륭한 유물들이 가득했다.

어린 소녀상 등등 그리스 곳곳에는 수많은 조각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유물은 세계의 배꼽이라 불리며 신탁이 행해지던 장소에 놓여있던 돌,

옴파로스 (Omphalos)이다.

전설에 따르면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가 세계의 중심이 어딘지 알고 싶어서

양편 동쪽과 서쪽에서 두 마리의 독수리를 날렸는데 그 두 마리가 만난 세상의 중심지가 이곳 델피라고 한다.

옴파로스는 그리스어로 ‘배꼽’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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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빌어 인간의 야망과 꿈을 풀어 놓은 그리스인들의 생각이 정말 인간적이다.

그리고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지키는 스핑크스의 원조가 되는 나시안의 스핑크스(the Sphinx of the Naxians.),

기원전 550년경에 낙소스 섬에서 만들어져 델피 성역에 바쳐진 여자의 얼굴을 한 스핑크스의 크기는 2, 3m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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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맨 안쪽의 전시실에 델피의 대표적 유물인 ‘전차 기수 Charioteer’ 청동입상이 있다.

BC 475년 시칠리아의 황태자 폴리제로스가 ‘피티아 경기’에서 우승한 것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 그리스 예술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말이 끄는 전차를 끄는 15세 정도의 소년상이라고 하는데 190센티 정도의 실제 크기의 모습이었다.

왼쪽 팔이 떨어져 나갔지만 발끝까지 내려오는 튜닉을 입고 허리에 끈을 매고있는 날씬한 모습이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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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발그레한 눈에는 기다란 속눈썹까지 붙어있었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당당한 앞모습도 훌륭하지만, 옆모습과 뒷모습을 보아도 머리에 맨 끈과 두상,

곱슬머리가 모습이 너무나 정교하고 매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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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안티노우스 동상, 아리아스 동상, 디오니소스 신전의 기둥으로 꽃무늬 기둥 주위로

춤추는 3명의 여성이 조각된 아칸투스 원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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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기억도 못 할 많은 유물들을 바라고 있으려니

찬란했던 고대 그리스의 예술과 문명의 화려함을 조금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당시 그들의 생활 자체가 예술이 아니었을까.

고대 그리스의 화려한 유물이 가득한 박물관 입구 가까이에서 우리는 조각난 검은 대리석 비문을 발견했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한 전시품이었지만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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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원본을 이어 맞춘 비문의 내용은 로마인 갈리오가 서기 51년에서 52년 사이에

아카이아 속주의 총독으로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 비문의 내용으로 갈리오 총독의 재임 시에 사도 바오로가 코린트에서 선교하다가

유다인들에 의해 감옥에 갇혀 고초를 겪었다는 사도행전(18,12-17)의 내용이 확인되는 중요한 사료이다.

 

단어 하나에도 신이 있던 나라 그리스, 그중에서도 우주의 중심이며 신탁의 중심이었던 델피에서

그 많던 신을 하느님으로 통일시킨 바오로 사도의 흔적을 만난 것은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그 당시에 세상의 화려함에 빠지지 않고 세상을 창조하신 분을 알아보고 따른 바오로 사도의 위대한 믿음은

오늘의 세상에서도 똑같은 힘을 갖고 있음을 느끼면서 그분이 우리의 아버지이신 것이 새삼 마음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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