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쟁이의 외딴방

[김인순] 터키, 요한 묵시록의 교회들

김인순

터키

 

국경을 넘어 터키로 들어섰다.

녹은 눈과 흙먼지에 쌓인 대형버스 옆에서 우리의 터키 여행을 도와줄 한국인 여성 안내자와

인상이 좋은 현지 안내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오후 세 시 반쯤이나 되어 늦은 점심을 먹은 다음 차를 타고 항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유럽에서 소아시아로 건너가기위해 페리를 탔다.

내리는 눈은 바다로 떨어지면서 시야를 가렸다. 배는 사십여 분정도 걸려 다르다넬스해협을 건넜다.

 

온도는 영하 4도나 되었고 비바람이 매서웠다.

거대한 초원을 가진 유목민의 나라이기도 한 터키와의 첫 만남은 추위로 시작되었다.

터키는 3%유럽과 97%의 아시아로 이루어졌다. 인구의 98%가 이슬람이이라고 한다.

또한 터키는 성경 세계의 노아의 방주와 아브라함에 이르는 구약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는 나라이기도 하다.

11,000년 동안 비잔틴 제국 하에 있다가 그 후 500여 년 동안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은 터키는

수많은 환난과 수탈, 정복의 역사를 거쳤고

그 수난과 영욕의 역사는 그대로 동서양의 문화 유적의 보고가 되었다.

 

버스 차창 밖으로 눈 쌓인 빈 들판에 드문드문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빈집이 많은 것이 이상했는데 바닷가라서 휴가철에만 사용하는 집들인 모양이었다.

점차로 내륙으로 들어서는데 아시아 지역이라서 그런지 눈 내리는 시골풍경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한참을 달리던 차가 멈추면 자매들은 차에서 내려 아이들처럼 눈싸움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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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눈을 즐기는 것도 잠시, 오후 6시가 지나도 그칠 줄 모르는 눈 속을 달리다 보니 모두 말수가 줄었다.

날이 저물면서 눈은 폭설로 변했다.

자동차 불빛에 길옆으로 뒤집힌 차가 보였다. 눈 속에 바퀴가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차도 있었다.

모두 긴장한 채 말이 없어졌다. 나도 걱정이 되어 묵주를 꺼내 기도를 시작했다.

눈 속을 헤치며 달리던 차는 밤이 늦어서야 아이발륵 바닷가에 있는 호텔에 무사히 도착했다.

 

요한묵시록의 교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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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었다. 바닷가라서 그런지 상당히 추웠다.

이집트 시나이 산에서 내려올 때 현지인에게 벗어준 두꺼운 파카가 그리울 지경이었다.

우리는 호텔 회의실에서 사순 제 2주일 미사를 드렸다.

아침 식사를 마친 자매들은 잠시의 시간도 아까워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투명한 푸른 물이 출렁이고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펼쳐진 고요한 겨울바다, 마음까지 넓혀준다.

넓게 열린 바다는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였다.

 

오늘은 요한 묵시록에 나오는 7대 교회 중 몇 군데를 돌아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베르가몬 (Pergamos) 교회(요한 묵시 2,12-17)터였다.

붉은 벽돌로 쌓은 이집트 양식의 건축물은 꼭대기에서 서로 마주 보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원래 이집트 치유의 신인 세라피스 신전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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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그리스도교가 공인되면서 사도 요한 기념성당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넓은 폐허에 옛 성채의 한 부분으로 남아 있는 교회건물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건물 한편에 난 틈새로 빛이 비쳤다. 모두 애를 쓰며 그곳으로 올라갔다.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는데 장난기가 발동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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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베르가몬에는 고대 도서관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도서관이 있었다고 한다.

유메네스 도서관에는 20만 권 이상의 양피지 책이 소장되어 있었다는데 이곳은 양피지 산지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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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자는 이곳에서 가까운 해발 300m의 산에는 선사시대에 형성된 도시유적지와

치유의 신인 세라피스에게 바쳐진 신전과 요새 터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요한 사도는 그의 묵시록(2,12-17)에서 이집트 신전을 ‘사탄의 권좌’라고 표현하면서

신자들에게 우상숭배와 윤리적 행실에 대해 엄한 가르침을 내렸다.

 

티아디라 (Thyatira)교회

요한 묵시록의 교회들은 대략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주변이 온통 하얀 길을 달리는데 계속 날리던 눈발은 폭설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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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오로의 협력자인 자색 옷감 장수 성녀 리디아의 고향으로 알려지는 (사도 16,11-15)

티아디라 교회 유적지(요한묵시록 2, 18-29)는 들판에 세워진 신도시 아키사르 도심에 있었다.

 

마을 공원에 남아 있는 비잔틴 시대 때 지은 성당의 유적은 벽과 골조만 남아 있었다.

우리가 유적을 둘러보고 있는데 한 터키 소년이 우리를 보더니 친구들을 데려왔다.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은 소년은 자기도 휴대전화를 꺼내 우리를 찍었다.

밝고 구김살 없는 모습에 우리도 즐거워졌다.

 

이 지역은 평야 지대로 목축이 성하여 카펫, 가죽제품 등의 특산물이 유명하다고 한다.

평야지대로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배꼽춤으로 알려진 벨리댄스의 종주국답게 춤 문화가 발달했다고 한다.

우리가 시간이 더 있었으면 고유한 민속춤을 볼 기회도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사르디스 교회

 

기원전 680-546년경 리디아 왕국의 수도였으며 철학자 탈레스의 고향이기도 한 사르디스,

기원전 334년에 짓기 시작했지만,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는 아르테미스 신전은

높이가 28m나 되는 거대한 기둥이 78개가 늘어선 굉장한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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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웅장한 신전 한쪽 벽에 비잔틴 시대 때 지은 작은 성당이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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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근처에는 또 193-235년에 세운 체육관이 복원되어 있다.

체육관 옆에는 4세기 말경에 지은 유대교 회당도 있다고 한다.

사르디스는 최초의 주화인 금화가 만들어진 지역인 만큼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던 곳이었는데

신자들도 세속과 물질에 빠져 영적인 가치를 잊고 살아갔다고 한다.

 

그래서 신자들은 ‘살았다는 이름을 가졌으나 실상은 죽은 자’라는 책망을 받았다고 적혀있다. (요한묵시록 3, 1-6절)

 

필라델피아 (Philadelphia) 교회

 

필라델피아로 가는 길 양편으로 올리브 나무로 울타리를 친 포도밭이 이어졌다.

중간에는 저장고와 포도를 수확하여 말리는 공터가 있었다.

지금은 한가한 지방도시지만 비잔틴시대에는 주변 도시국가들을 잇는 교통의 요지였다고 한다.

마을 한가운데에 벽돌을 쌓은 커다란 돌기둥 네 개만 남은 유적지가 있었다.

이곳도 원래는 로마 황제를 위한 신전이었는데 그리스도교 신앙이 들어서면서 교회로 사용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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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묵시록(3, 7-13)에서 형제애가 강조된 이곳 필라델피아는 지진이 자주 일어나 화산의 피해도 컸다.

박해시대 때는 성 폴리카르포와 10명의 순교자가 나기도 한 곳이다.

지진 같은 천재지변과 박해는 오히려 신자들의 신앙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묵시록에서도 이곳 신자들의 신앙을 칭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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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유대인들의 묘지를 겸하고 있었다는 교회 마당에 놓인 빈 묘지 속에서 쌓인 눈을 뚫고 돋아난 새싹이

마치도 신앙인들의 끈질긴 믿음과 부활을 상징하는 것 같아 흐린 날씨에도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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