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쟁이의 외딴방

[김인순] 성령성당, 돌마바흐체 궁전

김인순

성령성당

아침에 일어나니 어젯밤에 오던 눈은 비로 변해 있었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건너 금융가와 호텔들이 모여 있는 신시가지에서 잠을 잔 우리는

아침에 다시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로 왔다.

서울의 강북에 우리나라의 유적이 모여 있는 것처럼

골든 혼 해협의 남쪽에 있는 옛날 이스탄불 구시가지에 고대 오리엔트 문명에서부터

그리스·로마 문화, 기독교·이슬람 문화유적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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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30분 미사를 드리기 위해 찾아간 주교좌성당(성령성당)은 복잡한 골목 안에 있었다.

16세기 초에 지은 성당으로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프란치스코회 소속 성당이었다.

이곳에 뛰어난 설교가로 ‘황금의 입’이라고 전해지는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대제가 총대주교로 계셨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교황 요한 23세가 콘스탄티노플 대주교로 계실 때 주교좌성당이기도 했다.

 

김영남 신부님은 이곳에서 성지순례의 마지막 미사와 강론을 해주셨다.

‘이스탄불이 간직한 화려한 과거의 영광과 권력의 허무함,

한순간에 사라지는 영욕의 역사에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겸손이다.

뺏고 빼앗기는 권력과 부귀영화가 아니라 사랑으로 우리를 채워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늘 성령의 인도하심에 의탁하며 살아가야 한다.’

옛날의 이야기를 간직한 유적들의 침묵 속에서

하느님이 우리에게 말하려고 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말씀이었다.

크지 않은 아름답고 정숙한 제대 옆으로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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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을 관리하는 살레시오회 소속 신부님의 배려로 우리는 성인의 유해에 친구를 할 수 있었다.

요한 금구(金口) 성인의 유해에 친구를 하면서 모든 자매가 받은 성소를 통해

하느님의 진리를 올바르게 전달 할 수 있는 은혜를 구해주시기를 청했다.

영성체 후 묵상 때에 성지 순례의 마지막 날을 감사드리면서 그동안 느낀 점들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었다.

 

돌마바흐체 궁전

 

성당에서 나온 우리는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돌마바흐체 궁전을 보러갔다.

돌마바흐체는 ‘가득 찬 정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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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정복자 압둘메지즈의 후예인 압둘 메지즈 1세가 1846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53년에 완공한 유럽풍의 궁전이다. 정교한 장식으로 치장된 정문을 거쳐 들어간 정원은 하얀 눈에 덮여 있었다.

잘 가꾸어진 나무들과 멋진 조각품과 분수대가 있었다.

입장권을 사는데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일반입장료보다 높은 요금을 내야 했다.

궁전의 여인들이 모여 살던 하렘을 보려면 따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한다.

과연 성안의 화려함과 거대함은 나의 상상을 넘어섰다.

 

소설과 영화에서나 보던 중세 유럽 왕궁에서 현대의 여행자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가면서 건물의 장식과 채색, 전시된 집기들을 보는 걸음이 끝이 없었다.

 

궁 안에는 실내장식과 벽의 채색이 다르고 고유한 개성이 있는 285개의 방과 43개의 연회장이 있다고 한다.

수많은 방들을 연결하는 복도와 오르내리는 계단의 장식도 모두 달랐다.

이렇게 넓은 곳에 살던 사람들은 이 궁전의 내부구조와 장치들을 속속들이 다 알고 사용했을까. 궁금했다.

대연회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베란다도 있어서

궁에 사는 여인들의 호기심과 뒷 담화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장소였다.

접견실과 우아한 음악실에선 지금도 실내악의 음률이 들리는 듯했다.

금과 은으로 만들어진 그릇집기들은 궁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것일 텐데

처음부터 전시용으로 만들어져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실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왕궁을 방문한 동서양의 귀빈들이 선물한 귀중품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궁전에서 가장 큰 홀에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선물했다는 4.5톤의 샹들리에가 있다.

숱하게 늘어진 정교한 크리스털 장식이 굉장했다. 불이 들어오면 화려함의 극치였을 것이 상상 되었다.

그런데 이 큰 홀은 만들고 나서 단 한 번만 사용되었다고 한다.

 

돌마바흐체 궁전의 시계들은 모두 9시 5분에 멈춰있다.

그 시간은 1920년대에 오스만 제국을 무너뜨리고 터키공화국을 건설한 국부이자

초대 대통령인 아타투르크가 서거한 시간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도 터키인들의 깊은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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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는 보스포루스해협의 푸른 물이 넘실거리는 바다를 향한 문이 있었다.

배를 타고 바다에서 직접 궁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모양이다.

갈매기가 날아드는 바다를 향한 하얀 문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정원을 나서면서 자유여행을 하는 한국인 학생들을 만났다.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그들이 가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알고 양해도 없이 냉큼 버스에 올라타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할 줄 모르는 모습을 귀엽게 웃어넘겼지만 젊은이들이 예의가 부족하구나싶은 생각도 들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터키음식점에 들어갔다.

음식을 별로 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여행날짜가 길어질수록 식사시간이면 고추장이 생각났다.

항상 고추장을 갖고 다니는 자매에게 고추장을 얻어 적당하게 밥을 비벼먹고 나오는데

식당 입구에 놓인 텔레비전의 영상이 낯익었다.

혹시나 하면서 가까이 갔더니 그 유명한 ‘대장금’이 방영되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본 적이 없는 대장금을 외국에서 보게 될 줄이야…. 너무 신기했다.

한국어 대사가 터키어로 더빙되어 방송되고 있었는데 제법 한국 배우들의 고유한 어투가 살아 있었다.

말로만 듣던 한류의 원조인 대장금의 위력을 눈으로 확인하고 모두 흐뭇한 마음으로 식당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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