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연중 5주일) 도움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마태 9,17)’, ‘빛과 소금(마태 5,13.14)’ 비유는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자주 인용되는 예수님 말씀이다. 오늘 복음에서 듣는 ‘빛과 소금’의 의미는 자명해서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우리 하느님은 당신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시고 모든 사람이 당신 집에서 살게 되기를 원하신다. 예수님이 먼저 그 일을 시작하셨고, 그 다음으로 당신의 제자들이 오늘날까지 그 일을 이어가고 있다. 예수님은 좋은 일을 참 많이 하셨다. 그분의 제자인 우리도 주님이 남겨 놓으신 모범을 따라 좋은 일을 많이 한다. 착한행실보다 더 좋은 선교는 없다(마태 5,16). 그래서 영성과 선교는 착한 행실, 즉 윤리 안에서 만난다.
좋은 일을 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좋은 일은 굳이 시간을 내서 특별한 장소에서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된다. 영웅적인 희생을 할 필요도 없다. 나의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도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다. 그것은 이웃을 돕는 거다. 물건을 같이 들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 10분만 더 참는 것, 이렇게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다. 남을 도울 수 있음은 행복한 일이다. 도움과 봉사의 첫 수혜자는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도울 수 있을 때 실컷 도와야 한다.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못하고 남의 도움을 받고 지내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지금 못하면 나중에도 못한다. 늘 쫓기며 아등바등 언제나 ‘나 나 나, 우리 우리 우리’하고 살면, 아무 준비도 못하고 빈손으로 하느님을 만나 아주 황망하게 될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들의 정체를 알려주셨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마태 5,13).”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 빛과 소금처럼 되어야 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우리는 소금과 빛이다. 우리는 세상살이를 살맛나게 하고 음식이 썩지 않게 하는 재능과 어둠을 몰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줄 몰라서가 아니라 하지 않아서 그 재능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례성사의 은총으로 그것을 받았고 수도서원으로 받은 축성은 그것을 더욱 굳건히 해서 예수님을 더 철저하게 따른다.
예수님, 신성(神性)이 담긴 인성(人性)을 저희에게 선물로 남겨 주셨습니다. 하느님처럼 영원히 살고 행복하게 되는 길이 저의 이 몸 안에 담겨 있습니다. 재능과 능력은 발휘하면 발휘할수록 더욱 세련되고 커집니다. 세례성사의 은총을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생명을 만들 수는 없지만 살게 도와줄 수는 있습니다. 좋은 일을 많이 하며 살게 도와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