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0일 시험 준비시간
어머니는 대장암 수술을 하셨지만 1년도 못 사시고 돌아가셨습니다. 그 때 저는 의사가 병도 고치지 못한다고 수술해주신 의사 선생님을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의 병원생활과 돌아가신 그 때까지의 시간들이 참 은혜로웠음을 알게 되었고, 그 의사 선생님께 대한 미움은 고마움으로 바뀌었습니다.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은혜를 받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벌어주셨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참 빠릅니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그래봐야 언젠가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장수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느냐 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삶의 목적을 아주 잘 압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알아 사랑해서 영혼을 구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기 위해서 삽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가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고 행합니다. 그래야 그가 기뻐할 것이고, 그러면 자신은 그보다 더 기쁘고 그로써 충만해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아쉬움이 없습니다. 하느님이 바라시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입니다(마태 12,7). 자비와 사랑을 반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자비와 사랑은 만국공통어이자 최고의 가치입니다. 우리는 성전에서 나무나 돌 그리고 동상에게 깊은 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곳곳에서 하느님의 자녀들이 행하는 자비, 희생, 사랑에 고마움과 깊은 경의를 표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1요한 4,8).
우리는 언젠가 모두 죽어 하느님을 얼굴을 맞대고 만납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시험문제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너는 이웃에게 무엇을 얼마나 해주었니?’ ‘네 주위의 가장 작은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었니?’입니다. 주일미사 몇 번이나 빠졌나, 기도는, 왜 고해성사 안 하고 성체를 모셨나, 헌금은 등은 시험에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죽지만 언제가 그날인지 모릅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시간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시험 준비할 시간이고 그날을 갈망하게 만드는 시간입니다. 오늘이 그 시간 중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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