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복음의 시작
잘 아는 교우가 전화를 했다. 간단한 안부 인사 후에 오랫동안 해 오던 사업을 접게 되었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이기도 했지만 울먹이는 그 형제에게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몰라 ‘아, 네. 네.’라고만 답했다. 그도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는지 나중에 만나자며 전화를 끊었다.
그때는 아무런 위로의 말도 해주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지만 이제 와 다시 생각하니 잘 대답한 것 같다. 슬퍼하고 고통받는 이에게 ‘힘내라.’ ‘다시 하면 된다.’ ‘다 잘 될 거야.’란 말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어줍고 형식적인 말은 오히려 그를 더 아프게 한다. 그냥 함께 있거나 함께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게 친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다. 그런 게 사랑이다.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에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어 괴롭다. 물론 그들이 내게 그런 도움을 받으려고 연락한 게 아닌 줄 알지만 그래도 그런 그들을 조금이라고 도와주고 싶다. 그때는 너무 상투적인 것 같아 말 못 했지만 지금은 한다. 그를 위해 기도한다. 사실 그게 내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를 진정으로 위로해 주시고 그에게 어느 때보다 더 가까이 계셔주시라고 말이다.
나는 세상의 고통을 잘 모른다. 아니 감히 그들의 고통이라고 말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음 아파하며 눈을 감고 조용히 기도한다. 억울함 중의 억울함, 수난 중의 수난, 고통 중의 고통을 다 겪어내신 주님만이 그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실 수 있다. 그리고 부활하신 분만이 그들에게 ‘힘내라.’ ‘다시 하면 된다.’ ‘다 잘 될 거야.’라고 말해 주실 수 있다.
오늘은 처음으로 복음서를 지은 마르코 성인 축일이다. 그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마르 1,1).” 성인은 첫 마디부터 포효하는 사자처럼 정신이 버쩍 들게 우리에게 외친다. 어려운 그 시간이 그가 복음을 듣기 시작하는 은혜로운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주님, 이럴 때마다 겪는 괴로움이 저의 교만이 아니라 멀리서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슬퍼하고 아파함이 되게 하소서. 저보다 그들을 더 사랑하시는 주님이 직접 그들을 위로해 주시고 힘이 되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당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모든 이들과 제가 청하는 이들을 당신 품에 안아 쉬게 하시고, 거기서 세상을 다시 잘 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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